공기업 임직원들의 부실경영과 인사 전횡 등 부정 비리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석탄공사와 증권예탁결제원은 각각 업무상 배임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으며, 산업은행의 모 자회사에 대해서는 향응과 접대성 골프 여부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에서 지난 10일부터 10일간 한국전력 등 31개 공공기관에 대한 예비조사를 마친 데 이어 24일 본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기업 임직원들의 부패 등 갖가지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6일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실태 감사반과 함께 직무감찰 활동 전담 부서인 특별조사본부에서 감찰경험이 많은 전문요원 40여명을 투입,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임직원들의 주요 비리행태가 드러난 공기업은 대한석탄공사, 증권예탁결제원, 산업은행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석탄공사에서는 석탄산업 침체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자금상환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차입금의 일부를 단기 유동성 자금으로 조성,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 건설회사가 지난 2007년 4월29일 1차 부도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2006년말 이사회에서 시설투자에 사용하도록 승인한 차입금 418억원을 용도 변경 보고도 없이 같은 해 5월말까지 이 건설사 발행 기업어음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투자행태는 유동자금 운용 담당 본부장과 처장 등이 주도했으며, 사장은 이러한 사실을 추후 보고 받았으나, 조용히 사건을 무마하도록 묵인 및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예탁결제원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신규직원을 채용하면서 면접점수표를 조작, 당초 합격가능 순위내 포함돼 있었던 5명을 탈락시키고 순위밖 5명을 합격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측 관계자는 "당초 채용계획수립시에는 '임원면접'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서도 임원면접 종료 후에 인사부서에서 면접관들로부터 제출받은 면접점수표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선발 전 단계인 필기시험 및 실무진 면접을 하는 과정에서도 당초 점수를 수정하거나, 가필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무진 면접 대상이었던 11명을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모 자회사에서는 직원 명의의 통장을 개설, 이 회사로부터 대출 및 리스 등을 받은 60여개 업체들로부터 업체간 친목도모를 명목으로 연회비 30~100만원을 송금받아 이를 관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회사가 이같은 방식으로 올 3월까지 조성한 경비는 모두 1억2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 가운데 7천만원을 지난 2005년부터 매년 2~3차례씩 개최해 온 임원과 거래회사 사장 골프모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측 관계자는 "대한석탄공사의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증권예탁결제원은 사문서변조 및 동행사,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직무유관 업체에 불필요하게 부담을 준 사실이 있거나, 유착관계를 형성한 후 부당 대출 및 기한 연장한 사례 등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