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성장의 한계'에 들어선 것일까.

영국 경제학자 맬서스는 1798년 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해 식량은 더디게 늘어난다'며 '이런 불균형 때문에 인류는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앙은 나타나지 않았고 인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을 이뤄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맬서스의 이론은 공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한 예언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원 고갈로 세계가 성장의 한계에 돌입했다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신흥국의 급성장으로 에너지와 물,농산물 등은 공급 부족 상황이다.

그 불안감으로 원자재값은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 큰폭으로 치솟았다.

난국을 타개해왔던 기술 혁신도 더디다.

죽은 줄만 알았던 맬서스식 비관주의가 2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1972년 로마클럽이 경고한 성장의 한계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현재의 66억명에서 2025년 8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당 자원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고속 성장 중인 중국과 인도의 총 25억 인구가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선진국의 높은 소비 수준과 80년 이상의 평균 수명은 이제 대부분의 인류에게 해당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성장 시나리오에서 버티는 것은 신기술 없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장 에너지 수급이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석유업계는 새로운 원유 생산지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유가는 수급 불안으로 올 들어 배럴당 100달러 선을 깼다.

하버드대학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는 "원자력이나 풍력,태양광 등 다른 에너지가 총동원되지 않으면 수급 부족에 부딪칠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아 이마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체 자체가 불가능한 물은 더 큰 문제다.

우기 때마다 내린 큰 비로 물 부족을 모르고 살았던 인도 농촌 폰드헤는 용수 고갈로 이제 지하 3m 이상을 파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니컬러스 스턴은 "지구 온난화로 아프리카와 중동,남유럽 등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용수 부족은 식량 수급 문제로 연결된다.

자칫하면 경제성장은 일부 국가에서 사치스러운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기름값이 치솟자 석유 소비국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대체연료를 개발하며 극복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체에너지 개발 속도는 수요에 비해 더딘 형편이다.

기술 개발의 직접적 동기가 되는 자원 가격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개도국들은 자국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며 국내 연료 가격을 보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도 아직은 대부분 공짜다.

자원 부족을 체감하기도 전에 성장의 한계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이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자원 독점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의 신호가 없으면 (성장의 한계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벗어나 경제성장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