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드디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향후 매각이 예상되는 '알짜배기' 국내 기업 가운데 첫 번째다.

인수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7조~8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 후보로는 얼마 전까지 포스코 정도가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주식 인수권을 가진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한동안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GS와 STX 등이 대우조선해양 쪽으로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M&A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두산그룹도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실패의 아픔을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설욕할 태세다.


◆갑작스런 판도 변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포스코 현대중공업 STX그룹 GS 두산 삼성중공업 등 6~7곳.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곳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두 곳이었다.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과 윤석만 사장이 공식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적극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자금력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5조원을 웃도는 사내 유보금이 최대 강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인 IPIC를 상대로 주식인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현대중공업이 밝힘에 따라 판도가 바뀌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현대오일뱅크를 노려온 GS와 STX는 대우조선해양으로 시선을 돌릴 공산이 크다.

여기에 한동안 잠잠하던 두산그룹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두산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고 두산 실무진들은 다른 인수후보 기업의 동정을 탐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두산의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두산이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M&A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는 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1조원대의 자사주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뜨거워진 인수전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이 늘어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화끈해질 전망이다.

대형 매물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건설이 옛 사주의 부실책임문제 등 복잡한 이슈로 인해 뒤로 밀린 것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요인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건설 뒤에 매각작업을 진행하거나 비슷한 시기에 매물로 나올 경우 흥행몰이에 실패할 것으로 관측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재계의 서열을 바꿀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는 점도 인수전에 기름을 붓는 요소다.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매출액은 7조원.영업이익도 3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신규 수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의 가치가 높은 만큼 인수후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 대금도 최근 매각된 대한통운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