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각 부처에 잇따라 신설됐던 각종 태스크포스(TF)가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 한마디에 모조리 공중분해됐다.

이 대통령이 이들 TF를 '잉여인력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온정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며 장관들을 질타한 지 하루 만이다.

TF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던 국장급 공무원 수십명은 졸지에 보직을 잃고 내달 1일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재교육을 받는 신세가 됐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신설 TF 7개를 모두 해체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유통구조개선TF, 규제개혁TF,정부효율향상TF,업무개선TF,저개발국지원프로그램개발TF,국정과제추진점검TF, 정부구매ㆍ계약제도개선TF 등이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며 "(공무원 연수교육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된 마당에 TF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 당시 잉여공무원 처리 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던 규제개혁TF도 예외일 수 없다"며 "규제개혁 업무는 각 국이나 과별로 특별 팀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도 이날 7개 TF 가운데 여수세계박람회지원특별법상 존립 근거가 확실한 엑스포준비기획단을 제외한 6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 대상은 태안보상지원단,교통대책추진단,국토정책추진단,건설사업프로세스TF,분양가인하TF,해양생물자원관건립추진단 등이다.

권병윤 국토부 운영지원과장은 "이미 태스크포스로 인사명령이 났더라도 파견명령이었기 때문에 파견 해제만 하면 TF가 해체된다"며 "당장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역시 국정과제추진상황점검TF,규제개혁점검TF,노인장기요양인프라확충지원TF,보육사업전자바우처TF 등 4개 TF의 존폐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다만 규제개혁점검TF 팀장만 국장급이고,나머지 세 자리는 과장급이 팀장인 실무형 조직으로 잉여인력을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요구하며 각 부처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각 부처 장관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각종 구실을 만들어 사람을 계속 두고 있다"며 "국장,과장은 똑같이 있는데 장관 수만 줄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실제 조직과 인원이 얼마나 줄었는지 직위별로 리스트를 만들어 제출하라"며 "부처별 잉여 인력은 당장 4월1일부터 6개월이나 1년 코스로 공무원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교육기간 중에는 부처에 결원이 생기더라도 절대 돌아갈 수 없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경제부처 내에서는 TF가 '자리 보전'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중장기 과제나 정식 직제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던 만큼 해체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많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 조직은 상시적 업무를 맡고 TF에서 중장기 과제나 중점 검토 과제 등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제대로 일도 못해보고 사라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일상적인 일 외에는 하기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일부 TF의 경우 해당 업무의 중요성을 이유로 능력 있는 국장들을 전진 배치한 케이스도 있어 인원 재배치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