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낙찰률은 80%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대부분의 작품이 추정가 범위나 그 이하 가격에 낙찰됐다.

투자자들이 짙은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나온 작품에만 응찰한 결과다.

K옥션이 26일 청담동 경매장에서 실시한 '봄세일'에서는 출품작 279점 가운데 223점이 팔려 낙찰률 80%,낙찰총액은 93억7600만원으로 집계됐으나 인기 작가 작품의 낙찰가도 대부분 추정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추정가 5억5000만~7억5000만원에 출품된 박수근의 '귀로(24×17㎝)'가 5억1000만원에 팔렸고,천경자의 '사월(26×40㎝)' 역시 추정가 5억5000만~7억5000만원보다 낮은 5억원에 낙찰됐다.

또 김환기의 '20-Ⅱ-74#326'(3억8000만원)을 비롯 장욱진의 '얼굴'(2억5000만원),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원),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4억8500만원),이대원의 '나무'(1억1000만원) 등 대가들의 작품도 경합 없이 추정가 범위 내에서 새 주인을 찾아갔다.

다만 이숙자 오치균 황주리 이석주 이정웅 최소영 안성하 등 일부 3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강세를 보였으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힘이 되지는 못했다.

지난 25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률 63.2%에 추정가 수준의 낙찰가를 기록한 데 이어 K옥션 경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상반기 중에는 미술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비자금 사건이 잠잠해지고 일부 작가의 작품에 낀 거품이 더 걷히려면 하반기는 돼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동국대 교수)은 "시장의 미묘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특검이 마무리되고 컬렉터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미술시장이 조정받는 가운데 경기 불안감이 겹친 데다 미술품 투자를 자극할 요인이 없어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