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 여파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불황에 빠질 경우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 경기침체란 최악의 상황만 피한다면 올 한국경제 성장률은 4.9%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엔(UN) 산하 지역기구인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27일 '2008 아·태 경제사회조사'를 통해 미국이 불황으로 접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이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졌을 때 내구소비재와 기계 장비류의 수입을 크게 줄였던 사례를 들며 미국 경기침체시 한국 대미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전자제품 자동차 통신기기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ESCAP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피한다면 한국은 올해 4.9% 성장하고 물가는 3.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ESCAP 자문위원인 왕석동 한국외대 국제학부장은 "민간소비가 2004년 발생했던 가계 신용거품 붕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투자도 새 정부의 규제완화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출도 중국 증가분이 미국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므로 작년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치솟는 유가 영향으로 지난해 2.6%보다 높아져 최고 3.1%에 이를 것으로 ESCAP는 예상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개도국의 성장률은 지난해의 8.2%에서 올해 7.7%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역내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해의 2.0%보다 떨어진 1.6%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ESCAP는 인도의 경우 인프라 확충이 최대 과제이며 중국은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또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곡물값 상승이 역내 빈곤층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