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손해배상 우려 … 하이닉스, 하반기 투자 축소 검토

D램가격 급락으로 속앓이 중인 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 D램 제조업체들이 대형 악재를 또 만났다.

미국 반도체설계 전문회사인 램버스와 벌이고 있는 특허침해 소송 1심에서 사실상 패소,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26일(현지시간) 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대만 난야 등 D램 3사와 램버스간에 진행된 특허침해 소송 1심 3차 공판에서 "램버스가 미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배심원 평결을 내렸다.

"램버스가 JEDEC(세계반도체기술표준기구)의 특허권 관련 의무규정을 어기고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D램 업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있을 1심 최종 판결에서 D램 업체들의 패소가 확실시된다.

이번 소송은 램버스가 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이 램버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하이닉스는 2000년 램버스를 상대로 특허무효 소송을,램버스는 2001년 하이닉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2006년 1심 1차 공판에서 하이닉스의 특허무효 소송을 기각한데 이어 2차 공판에서는 "램버스 특허 침해에 따른 배상금으로 램버스에 1억336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3차 공판에선 마이크론과 난야가 하이닉스에 가세했다.

이들 D램 3사는 "램버스가 JEDEC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특허를 개발,다른 회원사와 공유하지 않고 독점적으로 특허권을 행사해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또 램버스 손을 들어줬다.

하이닉스는 3차 공판 결과와 관련,"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과 난야도 조만간 항소 방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 이어 2,3심에서도 램버스가 승소하면 하이닉스,마이크론,난야는 램버스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투자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시황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상반기 투자(2조원)는 예정대로 집행하되 하반기 투자규모를 당초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