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러브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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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안압지에서 발굴된 주령구(酒令具)에는 통일신라 시대 상류사회의 음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구절들이 쓰여 있다.
6개의 사각형과 8개의 삼각형으로 이뤄진 14면체에는 각면마다 '한번에 술 석 잔 마시기''시 한 수 읊기' 등의 벌칙이 있다.
그런가 하면 곡비즉진(曲臂卽盡)이라 해서 '서로 팔을 구부려 잔을 비우라'는 글귀도 있다.
요즘으로 치면 '러브샷(love shot)'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연유로 러브샷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여기에는 필시 풍류가 곁들여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식의 술잔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흔히 러브샷은 1980년대 초반 한 지방의 기관장들이 폭탄주를 만들어 먹은 이후,단기일 내 전국적으로 확산된 음주문화로 알려져 있다.
러브샷을 굳이 번역한다면 '사랑의 탄환'이 될 것인데,구애를 하는 '큐피드의 화살'과도 통해 애주가들의 구호가 되어 버렸다.
샷에는 한 잔이라는 뜻도 있기에 음주와 적당히 어우러져 나름대로 의미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과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서로 목 뒤로 팔을 감아 마시는 러브샷은 종종 문제가 되곤 했다.
특히 여성에게 술을 권하면서 강제성을 띠고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러브샷이 법원의 심판을 받는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엊그제 대법원은 상대방의 동의없이 억지로 권하는 러브샷은 강제추행죄에 해당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러브(사랑)가 없는 러브샷이 치른 죗값이다.
술이 인간관계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정서적인 친밀한 감정을 서로 나누는 데도 술은 나름대로의 매개체 노릇을 한다.
그렇지만 억지는 곤란하다.
풍류와 해학이 없는 먹자판의 러브샷 술좌석은 공허할 뿐이다.
술은 우선 입이 즐거워야 하고,그런 다음 마음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
"술은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라는 칸트의 말을 새겨봄직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2hankyung.com
6개의 사각형과 8개의 삼각형으로 이뤄진 14면체에는 각면마다 '한번에 술 석 잔 마시기''시 한 수 읊기' 등의 벌칙이 있다.
그런가 하면 곡비즉진(曲臂卽盡)이라 해서 '서로 팔을 구부려 잔을 비우라'는 글귀도 있다.
요즘으로 치면 '러브샷(love shot)'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연유로 러브샷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여기에는 필시 풍류가 곁들여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처럼 막무가내식의 술잔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흔히 러브샷은 1980년대 초반 한 지방의 기관장들이 폭탄주를 만들어 먹은 이후,단기일 내 전국적으로 확산된 음주문화로 알려져 있다.
러브샷을 굳이 번역한다면 '사랑의 탄환'이 될 것인데,구애를 하는 '큐피드의 화살'과도 통해 애주가들의 구호가 되어 버렸다.
샷에는 한 잔이라는 뜻도 있기에 음주와 적당히 어우러져 나름대로 의미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과의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서로 목 뒤로 팔을 감아 마시는 러브샷은 종종 문제가 되곤 했다.
특히 여성에게 술을 권하면서 강제성을 띠고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러브샷이 법원의 심판을 받는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엊그제 대법원은 상대방의 동의없이 억지로 권하는 러브샷은 강제추행죄에 해당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러브(사랑)가 없는 러브샷이 치른 죗값이다.
술이 인간관계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정서적인 친밀한 감정을 서로 나누는 데도 술은 나름대로의 매개체 노릇을 한다.
그렇지만 억지는 곤란하다.
풍류와 해학이 없는 먹자판의 러브샷 술좌석은 공허할 뿐이다.
술은 우선 입이 즐거워야 하고,그런 다음 마음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
"술은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라는 칸트의 말을 새겨봄직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