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막상 재무설계 제안서를 접하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진다.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여력이 부족한데 실행할 수 있을까?" "좀 더 기다리면 좋은 투자 기회가 오지 않을까?""이것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쌓이면서 결국 "좀 더 생각해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실행을 미루게 된다.
그런데 지금 당장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상 쓸 것 다 쓰고 나서 저축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없는 여력이 시간이 지나면 생길까? 소비 습관이 변하지 않는 한 1년,2년이 지나도 가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저축은 여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으로 하는 것이다.
저축이 습관이 되어야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투자를 시작하겠다는 고민에도 문제가 있다.
주가가 좀 더 떨어지면 투자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지만 막상 떨어지면 두려워하게 된다.
반면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쌀 때 사지 못한 미련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결국 미루기만 하다가 투자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연히 기회를 잡아서 얼마쯤 싸게 사더라도 그렇게 절약한 금액이 인생을 바꿀 만큼 큰 금액은 못 된다.
더 좋은 투자 대안이나 상품을 찾는다고 해서 더 나은 투자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같은 종류의 금융상품이라면 회사별로 큰 차이가 없고,나의 인생 계획에 잘 맞는 상품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결국 "좀 더 생각해 보자"며 실행을 미루는 선택은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투자를 일찍 시작하는 것과 늦게 시작하는 것에는 그 결과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월 100만원씩 투자하고 수익이 연 10%의 복리로 발생한다고 할 때 오늘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과 1년 후에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은 원금 기준으로 1200만원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났을 때 원리금을 계산해보면 전자의 경우 7억5600만원이 되지만 1년 늦게 시작한 후자는 6억7500만원이 된다.
1년을 미룸으로써 8100만원의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이는 하루에 22만원 꼴이 된다.
결국 20년 투자계획의 재무설계 제안서를 놓고 며칠 더 생각해 보겠다고 판단을 미룬다면 가만히 앉아서 하루에 22만원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실행을 미루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불리하지만 인생 경영이란 측면에서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일찍 시작하면 일찍 준비를 끝내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지만 늦게 시작할수록 압박이 가중되는 것이다.
특히 자녀 관련 지출은 그들이 성장할수록 지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 저축을 시작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결혼 초기나 자녀가 어릴 때 투자를 시작해서 미리 준비를 끝내 놓는다면 가계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계획과 꾸준한 투자플랜을 실행해야 하는 재무설계 제안서를 목전에 놓고 고민하다 보면 당장 실행하는 것보다 미루는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쉬워 보이는 이 결정이 투자자의 미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담을 느끼면서 실행했던 저축이 훗날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미루지 말자."사람은 잘못된 실천보다 실천하지 않음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격언까지 있지 않은가.
이 영 주 CFP인증자ㆍ한국재무설계 팀장 chorus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