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과 재개발 지분의 가격 형성 과정은 상당히 유사하다.

우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나 재개발 계획이 없는 지역의 땅값이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그렇다.

비슷한 업종의 주식이라도 장외주식과 상장주식의 가격은 천지차이다.

작년 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카드는 주식시장에서 현대카드보다 높은 PER(주가수익비율)로 거래되고 있다.

재개발 지역도 마찬가지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 있는 근교라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재개발된 지역과 비재개발지역의 가격은 극과 극이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동네의 한 100㎡ 빌라 가격은 6억원을 넘지만 재개발에서 제외된 길 건너편의 같은 크기 빌라는 2억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이 장외주식과 비재개발 지역의 주가와 집값이 싼 이유는 무엇보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사려는 사람이 적으니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따라서 장외주식은 상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올 때,비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때 가격이 서서히 뛰기 시작한다.

주식을 상장하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들의 접근이 쉬워지고,재개발이 진행되면 아파트가 들어서 환금성이 높아진다고 예상한 투자자들이 발표 전부터 투자에 나서는 것.하지만 장외주식과 재개발 지분 가격에는 불확실성과 오랜 시간이라는 '함정'도 숨어 있다.

장외주식과 외곽지역의 집값의 최대 호재가 상장과 재개발이기 때문에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최대 수익률을 내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몰려 재개발 조합이 결성되고,장외주식의 상장 얘기가 나오자마자 재개발 이후의 가격이나 상장 이후 가격으로 곧바로 수직 이동하는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실제 과거 재개발 지분 가격은 재개발조합이 결성되고,조합장이 선출되며 인허가를 하나씩 받고,최종적으로 시공사와 분양받을 아파트가 결정될 때마다 단계적으로 올랐다.

반면 지금처럼 서울시가 직접 뉴타운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 조합이 결성되자마자 가격은 마지막 단계의 수준까지 치솟는다.

장외주식도 일단 상장에 대한 기대감만 시장에 퍼지면 주가는 바로 상장 후 가격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을 아직 공식화하지도 않았는데 현대건설을 M&A(인수ㆍ합병)하기 위해선 현대중공업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상장을 준비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현대삼호중공업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이미 PER 11배에 거래되고 있다.

생명보험사 상장 관련 최대어인 삼성생명도 지난 17일 기준으로 PER가 26.6배에 거래되고 있어 상장주식인 삼성화재의 같은 날 PER(24.2배)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