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들이 동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 기존 이머징마켓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뜨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관심이 높다는 설명이다.

◆몰리는 외국인 투자자금

동유럽에 수십년간 투자한 경력을 자랑하는 오스트리아의 라이페이슨캐피털에는 최근 해외 투자자들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이 회사의 마티어스 바우어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연간 20%가량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금 증가율(8~10%)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30억유로를 동유럽과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바우어 사장은 "선진국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동유럽 시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의 이스트 캐피털도 최근 동유럽 및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시장에 88억달러를 투자했다.

◆높은 성장 잠재력

동유럽 시장에 국제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 경제는 2000년 이후 연간 7% 넘게 성장해 왔다.

지난해 성장률은 8.1%에 달했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소위 동유럽 EU(유럽연합) 신규 회원국들의 경제성장률은 1997~2001년엔 3.6%에 불과했지만 2003~2004년 5.3%, 2005년 6.3%를 거쳐 2006년 7.4%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브릭스 시장에 비해 상승률이 더뎠던 점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고 있다.

그만큼 상승 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으로 브릭스(BRICs) 국가 중 브라질 중국 인도의 주식시장은 각각 75%,63%,52% 상승했다.

반면 MSCI 러시아 지수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수익률이 곧 다른 브릭스 국가를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호적인 글로벌 환경 변화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가의 고공 행진도 러시아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상 수지 흑자 규모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산유국이지만 고유가 수혜의 상당 부분을 고가의 식량 구입에 할애하는 중동 국가와 달리 러시아는 고유가와 식량가격 상승의 수혜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10배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스트캐피털의 마르쿠스 스벤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정치적 불투명성과 지난해 200억달러 넘게 이뤄진 기업공개(IPO) 등이 러시아 증시의 상승을 더디게 만들었다"며 "올해 러시아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