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직장인 이영훈씨(가명)는 자산운용사들이 분기마다 보내는 운용보고서를 받으면 펀드매니저 명단부터 찾아본다.

자신이 투자하는 펀드를 맡고 있는 매니저가 그대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3년 동안 펀드매니저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며 "담당자가 교체되면 펀드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펀드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펀드매니저의 잦은 이직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펀드 투자액은 340조원대를 돌파했지만 거의 매년 자리를 옮기는 매니저들이 많아 자금을 맡기기가 불안하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계 A운용사의 경우 지난해 주식운용본부장이 두 차례 바뀐 데 이어 대안투자를 총괄하던 임원도 최근 국내 운용사로 자리를 옮겨 1년 사이에 본부장급만 3명이 교체됐다.

유명 중ㆍ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B운용사는 지난해 초 주식운용본부장이 투자자문사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후임이었던 본부장도 최근 1년 만에 신설 자문사 대표로 다시 옮겼다.

이 밖에 외국계 C사와 합작사인 D사를 비롯 펀드운용을 총괄하던 본부장들이 최근 줄줄이 명함을 바꾸고 있다.

임원이 아닌 팀장급이나 경력 5년 정도인 매니저들은 이동이 더 심하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펀드매니저가 한 회사에 머무르는 기간은 평균 2년6개월에 불과하다.

많은 펀드의 투자기간이 통상 3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펀드매니저들도 할 말은 있다.

한 중견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수익률을 관리하느라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비해 급여수준은 훨씬 낮다"며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자산운용사의 압력에 못이겨 한 회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펀드매니저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장기투자를 정착시키려면 펀드매니저부터 오래 근무토록 하는 풍토를 먼저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