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통쾌한 복수를 꿈꾼다.

나는 털끝 하나 안다치고 상대만 거꾸러뜨릴 수 있으면 더 좋다.

인생 역전은 그 자체로 나를 괴롭히거나 홀대한 이들에 대한 속시원한 복수가 된다.

재투성이에서 왕비로 바뀌는 신데렐라 얘기가 동서양 영상물의 마르지 않는 원천인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가난한 여성이 홀로서기엔 세상의 벽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국내 드라마는 유독 신데렐라를 양산했다.

방법은 늘 거기서 거기.가진 건 없지만 밝고 착한 여자가 우연히 부잣집 아들을 만난다거나 부모 없이 이리저리 치이며 자랐는데 알고 보니 재벌의 혼외자식이었다는 식이었다.

시대 변화와 이혼율 증가로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여성이 많아져서 그런가.

공중파TV에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드라마'가 부쩍 늘었다.

SBS의 '조강지처클럽',MBC의 '천하일색 박정금'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등이 대표적이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이들 연속극의 경우 내용은 다르지만 전개는 거의 같다.

없는 살림 꾸리느라 여자임을 잊은채 촌스럽게 살다 바람난 남편에게 구박받고 버림받은 아줌마가 바깥세상에 나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인생도 확 바꾸고 짜릿한 복수도 한다는 게 그것이다.

천덕꾸러기 아줌마가 줌마렐라로 변신하는 과정은 신데렐라 탄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상대라곤 언감생심 꿈도 못꾼 만큼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작은 관심과 배려에도 고마워하다 보니 사사건건 재고 따지고 요구하는 처녀에 질리거나 겁먹은 남자를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처지는 달라도 답답하긴 비슷한 주부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덕인지 시청률도 높다는 마당이다

내 모습과 형편이 어떻든 한결같이 근처를 맴돌며 보살펴주는 남자는 여자들의 로망이다.

상상은 자유고 살다 보면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세상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대리만족 내지 스트레스 해소 정도면 모를까,행여 실현 가능한 일로 착각하진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