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애그플레이션의 원인 ‥ 중국이 잘 먹으면 한국 라면값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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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라면 값이 100원 인상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대형 할인마트에선 '라면 사재기'가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는 라면 값이 화두로 등장하기도 했다.
라면뿐 아니다.
과자나 유제품 가격도 요즘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식료품 값 급등은 농산물 발(發)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따른 것으로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곡물가격은 2006년과 비교할 때 2배 넘게 올랐고 이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 생긴 이유는 뭘까.
수요와 공급 측면의 요인이 다 있다.
수요 측면에선 우선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구 대국이다.
중국이 13억명,인도가 11억명 정도다.
이들 25억명의 인구가 최근 고성장 덕분에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결과 곡물은 물론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인당 하루 영양 섭취량은 중국의 경우 1990년 2709㎈에서 2003년 2940㎈로 늘었다.
인도도 이 기간 2318㎈에서 2473㎈로 증가했다.
이들 두 나라가 세계적인 식량 경쟁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전 세계 인구도 늘었다.
1950년대 25억명 정도였던 세계 인구는 1980년대 44억명,1990년 53억명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66억명에 달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92억명에 육박할 것이란 게 유엔의 추정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배기가스 배출 규제로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 생산이 늘고 있는 점도 애그플레이션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농산물이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면 그만큼 먹거리 용으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든다.
현재 바이오 연료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연료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개발도상국들의 농촌 지역이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곡물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유가 급등으로 국제 해상 운임이 상승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경작지가 줄어들면 생산량이 크게 늘기 힘들다.
또 국제 해상 운임은 농산물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다.
'돈의 논리'도 가세하고 있다.
곡물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곡물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 중 일부는 순전히 투기적인 목적에서 곡물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경제학 이론으로 보면 농산물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상품이다.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ㆍ공급' 원칙이 작동하는 상품은 '탄력적'이라고 부르는 반면 가격이 올라도 수요나 공급이 쉽사리 변하지 않는 상품을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농산물의 경우 가격이 오른다고 하루 세 끼 먹던 식사를 두 끼로 줄이기 힘든 데다 재배 기간을 감안할 때 당장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같은 비탄력적 제품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초의 위대한 경제통계학자'로 불리는 영국의 그레고리 킹(1648~1712)은 곡물 수확량(공급)이 수요에 비해 10% 부족하면 가격은 3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이는 '곡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곡물 가격은 산술급수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으로 일반화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농산물 시장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애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그동안 많이 오른 데다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 농산물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급등세가 재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농산물 가격이 움직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애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곡물 자급률이 28%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 수치는 쌀을 100% 가까이 자급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콩 옥수수 밀 등 대체 작물의 자급률은 평균 5% 미만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이 자국 내 식량 부족을 이유로 농산물 수출을 제한한다면 그 때는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주요 곡물에 대해 수출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농산물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달 초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식량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며 "공업용이든 식용이든 곡물 수출을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식량을 무기로 한 '자원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송승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차장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는 라면 값이 화두로 등장하기도 했다.
라면뿐 아니다.
과자나 유제품 가격도 요즘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식료품 값 급등은 농산물 발(發)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따른 것으로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곡물가격은 2006년과 비교할 때 2배 넘게 올랐고 이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 생긴 이유는 뭘까.
수요와 공급 측면의 요인이 다 있다.
수요 측면에선 우선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구 대국이다.
중국이 13억명,인도가 11억명 정도다.
이들 25억명의 인구가 최근 고성장 덕분에 극빈층에서 중산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결과 곡물은 물론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인당 하루 영양 섭취량은 중국의 경우 1990년 2709㎈에서 2003년 2940㎈로 늘었다.
인도도 이 기간 2318㎈에서 2473㎈로 증가했다.
이들 두 나라가 세계적인 식량 경쟁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전 세계 인구도 늘었다.
1950년대 25억명 정도였던 세계 인구는 1980년대 44억명,1990년 53억명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66억명에 달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92억명에 육박할 것이란 게 유엔의 추정이다.
국제 유가 상승과 배기가스 배출 규제로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연료 생산이 늘고 있는 점도 애그플레이션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다.
농산물이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면 그만큼 먹거리 용으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든다.
현재 바이오 연료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연료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선 개발도상국들의 농촌 지역이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면서 곡물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유가 급등으로 국제 해상 운임이 상승한 것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경작지가 줄어들면 생산량이 크게 늘기 힘들다.
또 국제 해상 운임은 농산물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다.
'돈의 논리'도 가세하고 있다.
곡물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제 곡물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 중 일부는 순전히 투기적인 목적에서 곡물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경제학 이론으로 보면 농산물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상품이다.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ㆍ공급' 원칙이 작동하는 상품은 '탄력적'이라고 부르는 반면 가격이 올라도 수요나 공급이 쉽사리 변하지 않는 상품을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농산물의 경우 가격이 오른다고 하루 세 끼 먹던 식사를 두 끼로 줄이기 힘든 데다 재배 기간을 감안할 때 당장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같은 비탄력적 제품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초의 위대한 경제통계학자'로 불리는 영국의 그레고리 킹(1648~1712)은 곡물 수확량(공급)이 수요에 비해 10% 부족하면 가격은 3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이는 '곡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곡물 가격은 산술급수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으로 일반화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 농산물 시장의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애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그동안 많이 오른 데다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 농산물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급등세가 재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농산물 가격이 움직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애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며 곡물 자급률이 28%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 수치는 쌀을 100% 가까이 자급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콩 옥수수 밀 등 대체 작물의 자급률은 평균 5% 미만이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이 자국 내 식량 부족을 이유로 농산물 수출을 제한한다면 그 때는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주요 곡물에 대해 수출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농산물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달 초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식량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며 "공업용이든 식용이든 곡물 수출을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식량을 무기로 한 '자원 민족주의'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송승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