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주가요? 절대적으로 '기업 실적'의 함수이지요."

지난해 초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상무보)에서 IMM투자자문 공동 대표로 자리를 옮긴 박건영 대표의 답변은 '단순'하다.

박 대표가 운용한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은 57%로 시장수익률을 25%포인트가량 웃돌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등급에서도 최상급을 자랑한다.

그러나 박 대표가 내민 유가증권시장 투자기업은 다소 의외일 만큼 '뻔한' 대표 우량기업들로만 채워져 있다.

생소한 기업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형주만을 가지고 어떻게 높은 수익을 내는지 비법을 묻자 역시 되돌아오는 답변은 '고전적'이다.

"투자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들'을 기준으로 삼고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추면서 꾸준히 실적이 좋은 기업을 고릅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투자합니다.

또 무리하게 목표수익을 설정하기보다 적어도 마켓(시장수익률)을 이기겠다는 정도로 목표를 정하고요."

그렇다면 박 대표가 현재 꼽고 있는 국내 주식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단연 '환율'이다.

그는 "한국 외환시장이 다른 나라의 환율시장과 디커플링(탈동조화)되면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임에 따라 최근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종목도 건실한 수출종목"이라고 지적한다.

또 원자재 가격 인상 이슈와 관련해선 원자재 값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쉽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을 고르면 된다고 잘라말했다.

기본에 충실한 분석을 바탕으로 남보다 먼저 투자하면서 전체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종목별 투자비율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단다.

우량주에 대한 박 대표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예전에는 스몰캡(소형주)에도 손을 대 봤지만 50~60%씩 오르다가도 다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상승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락장에서도 덜 하락하는 만큼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대상이죠.예를 들어 LG전자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인데도 실적이 계속 좋아진다고 칩시다.

이 때 투자하는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LG전자의 비율이 5%라면 더 큰 이익을 보는 셈이죠."

박 대표가 대부분의 업무를 기업탐방에 쏟는 이유도 우량주를 가려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IMM 애널리스트 등이 연간 1500~2000회 정도 직접 기업들을 방문한다.

이미 올 들어 1분기에만 420회나 탐방을 다녔다.

전체 직원 28명 중 애널리스트 숫자가 절반이다.

과거 10년간 산업은행리스에서 기업 대출 업무를 맡았던 박 대표는 "일단 기업을 의심하고 본다"고 말한다.

심사부의 특성상 언제 돈을 떼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나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에 대해 질문을 퍼부어도 명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저를) 설득해내는 기업을 선호한다"며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들은 절대 최면에 걸린 듯 투자기업을 긍정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도 이런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대상은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우량주로 한정하고,향후 적어도 3분기 이상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분기에 실적이 좋아도 다음 분기부터 이익폭이 줄어든다면 과감히 떠나라고 조언한다.

또 기대수익률을 30% 이상 높게 설정하지 말고 들쑥날쑥하지 않게 꾸준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삼되 투자종목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란다.

박 대표가 보는 국내 증시 전망은 어떨까.

일단 그는 "여름까지는 큰 수익이 없는 시장이 이어지겠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오르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계자산이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옮겨오고 있고 수출기업들은 건국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새 정부의 성장위주 정책이 가시화되면 기업들의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80년대 일본 증시가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하다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10%대로 주저앉았듯이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이미 경제패권을 잃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며 "세계의 자금이 이머징마켓 등 어디로 가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IMM은 현재 국민연금 지식경제부(옛 정보통신부) 삼성생명 등 국내 기관 15개와 홍콩계 헤지펀드 1개 등 총 16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오는 4월4일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IMM은 현재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일단 지난 2월엔 자산운용사로의 전환을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리테일) 영업'에도 뛰어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지난 2월 싱가포르에 설립한 해외 지점에서 한국물에 투자할 외국인 자금으로 '다이내믹 코리아 펀드'(4000만달러)를 만들어 내달 초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미래에셋처럼 큰 규모의 펀드를 움직이면서도 변동성 없이 안정적인 고수익을 내는 신뢰도 높은 자산운용사를 만들고 싶다"며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국내 채널을 해외펀드 판매 창구로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 주식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토종 운용사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문혜정/사진=김영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