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올 들어 3개월새 10조원 이상 순매수

국내 금융시장에서 25개월째 채권을 포식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상장채권 보유액이 41조원을 돌파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6일 기준 외국인은 3월 중에 4조5천858억원의 상장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 들어 외국인의 월간 국내 상장 채권 순매수 규모는 1월 3조4천857억원에서 2월 2조5천241억원으로 감소했다가 3월 들어 4조5천858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외국인은 이달 중에 지난 13일 하루만 28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 줄곧 '매수우위'를 유지하며 채권을 사들였고, 18일에는 1조원 이상 순매수하는 등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3개월 간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10조5천956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외국인이 작년 한 해 순매수한 상장채권(33조5천17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만기 상환분 제외)은 2월 말(40조9천633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난 41조1천43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 말(4조6천178억원)의 9배에 육박한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는 2006년 3월부터 무려 2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작년 7~8월 연이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에 고무돼 작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채권을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채권 매수 자금 중 상당 부분은 한.미간 금리 격차를 이용한 무위험 재정거래로 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성 단기자금(핫머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이후 금리 재정거래 여건은 전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가장 좋은 상황이라며 한.미간 금리차가 유지되는 한 글로벌 단기 핫머니(투기자본)의 국내 상장 채권 매수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최근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외국인의 채권 매수로 대외채무 증가, 통화정책 운용상의 제약, 원화채권 유통물량 축소, 국내 자본시장 부(富)의 해외이전, 한국물 신용지표 악화 등의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외국인이 조기에 자금을 빼가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이 단기간에 너무 많은 채권을 매입해 금리 안정화에 일조한 측면이 있으나 한꺼번에 자금을 빼가면 금리가 출렁거릴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외국인의 채권 보유 비중이 5% 미만이어서 주식에 비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매매동향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영국 자금이 주로 주식을 매도하고 반면 채권 매수는 유럽계 자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주식 매도자와 채권 매수자의 주체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은 한미간 금리차가 벌어진 상태가 유지되면 국내 채권 매수를 지속할 것이나 어느 정도 평가손익이 나더라도 급작스럽게 팔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심각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준금리를 내려 한.미간 금리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피력했으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을 강조해 앞으로 금리.환율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