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의 아토피(atopy)는 그리스어로 '기기묘묘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이란 어원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의학에서는 외부 인자와의 접촉에 의한 과민성 피부염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아토피에 접근하지만 한방에서는 체내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내과질환이자 피부질환이라는 시각에서 치료에 나선다.

한의학에서는 아토피 피부염과 근접한 병으로 내선(女乃 癬) 태선(胎癬) 태렴창(胎斂瘡) 사만풍(四彎風) 유선(乳癬) 등을 꼽는다.

모두 풍(風) 습(濕) 열(熱)이 지나쳐 생기는 질환들이다.

이 중 사만풍이 요즘의 아토피와 가장 유사하다.

풍(風)자가 들어가는 병들은 그만큼 바람처럼 종잡을 수 없고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선은 어린이의 상습적 습진과 증상이 비슷하다.

유선은 '제병원후론'이라는 한의서에 "아이의 입 주변과 귀 부위,땀이 차는 곳에 선피(癬皮)가 두껍게 형성되고 건조해지는 것으로 젖을 먹는 게 문제일 때 발생한다"고 쓰여 있다.

태선과 태렴창은 출산시 감염됐거나 유전적으로 엄마의 영향을 받아 열이 많은 체질로 태어난 경우를 의미한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아토피는 아기 때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습진이다.

그러나 원인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겉모습부터 축축한 습기가 있는 것,덩어리로 뭉쳐진 것,피부가 짓무르고 파인 것,모공에 반점이 나타난 것,피부가 말라비틀어진 것 등으로 너무나 다양하다.

따라서 풍 습 열 가운데 뭐가 지나친지를 파악해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2005년 6월 울산에 사는 정시현이라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신장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

키는 138㎝로 또래 100명 중 10번째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키도 150㎝에 불과했다.

더구나 사춘기가 너무 일찍 찾아와 키 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이었다.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보니 집먼지진드기 잔디 메밀 쑥 개털 등에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증세도 매우 심했다.

다행히 음식에는 알레르기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열을 내리고 피부를 진정시키며 면역력을 적정하게 조절해주는 마치현(쇠비름나물)을 중심으로 청열성장탕을 투여했다.

아토피 증상은 한 달 만에 상당이 호전됐고 1년이 지나자 잠잠해졌으며 키도 10㎝나 자랐다.

지금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학생은 현재 키가 163㎝로 100명 중 48번째에 이른다.

아토피와 성장 정체는 높은 난이도의 퍼즐이다.

될 듯 말 듯 빗나가기도 하지만 잘만 맞춰지면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명작 퍼즐이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아토피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