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의 해양 기상정보 업체 오션루트는 한국에 진출했다 바로 철수했다.

기상 정보를 응용하는 산업이 한국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였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부정확한 날씨정보도 골칫거리였다.

기상정보업체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기상관측은커녕 날씨예보조차 틀리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의 기상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기상산업 규모는 미국(300조원)의 40분의 1 수준인 연 7조~8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15배 정도 큰 것(2005년 기준)을 감안하면 매우 열악한 편이다.

기상산업 선진국 미국은 날씨 정보를 활용해 각종 산업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보험,에너지,선물시장,유전 탐사,원양어업,유통업 등 날씨 위험 모델을 채택하지 않은 산업은 거의 없을 정도.

허리케인 피해가 극심한 플로리다주에서는 플로리다 주립대의 해양대기예측연구센터(COAPS)가 보험회사의 보험료 책정 작업에 관여한다.

주택이 있는 위치와 한 해 기상 예측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과정에 기상학자의 전문 의견이 반영된다.

2005년 여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카트리나 이후 생긴 현상이다.

기상학자들이 만든 허리케인 위험 모델은 플로리다 주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미 남부 보험사 중 최대 규모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은 COAPS의 보험 모델을 채택했다.

COAPS의 과학자 스티븐 코크는 "미 남부의 보험업계가 이 허리케인 위험 모델 덕분에 매년 5조원의 손해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날씨정보 이용 차이는 국민의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

한국인은 날씨를 천재지변적인 요소로 치부하는 소극적 태도를 지닌 반면 미국인들은 '날씨는 통제와 응용이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COAPS에서 개발한 애그클라이밋(AgClimateㆍ농업과 기후의 합성어)도 한 예다.

애그클라이밋은 기후예보를 농업에 적용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니 파종 시기를 한 달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장기 조언에서부터 일사량,온도,강수량,관개시설의 관리,병충해 대비법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COAPS의 임영권 박사는 "허리케인이 어느 지역에 언제쯤 올지 베팅하는 복권 사이트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탈라하시(미국)=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