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29일 저녁 10시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밤 늦은 시간인데도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아일랜드로 수출하는 디젤 전동차를 포장하기 위해 철야 작업을 하고 있는 것.김종철 현대로템 철차공장장(상무)은 "철도 차량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도로가 한산한 새벽 시간에 마산항으로 실려 나간다"며 "최근 들어 해외 수주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야근도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2.30일 오전에 다시 찾은 창원공장의 구체(軀體.Car Body)라인.공장 안을 가득 메운 소음 속에 세계 각국으로 팔려 나갈 철도 차량의 뼈대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터키 브라질 이스라엘 등 수출 지역도 다양하다.

장화경 현대로템 상무는 "올해 전체 철도차량 수주액에서 해외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최대 철도차량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이 해외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꾼다.

1999년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등 3개사의 철도부문을 합쳐 탄생한 현대로템은 과잉설비와 노사갈등으로 한때 고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합병 후 8000억원 수준이던 수주액은 2003년 3000억원대로 추락했고,50%를 웃돌던 해외 수주 비중도 30%대로 내려앉았다.

현대로템은 생존을 위한 키워드로 두 가지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합병 전 연간 1800량에 달했던 철도차량 생산능력을 700량으로 대폭 감축했다.

군살을 줄인 뒤에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국내 발주 물량만으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국내에서 현재 운행 중인 철도차량은 모두 8000여대.열차 한 대의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년 신규로 투입되는 물량은 300대 정도에 불과하다.

공장 가동 능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셈.

현대로템의 해외 진출 전략은 작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터키,인도,시리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시작한 해외시장 공략은 최근 들어 아일랜드,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 최대 철도차량 생산회사인 봄바르디아의 본사가 있는 캐나다 시장도 뚫었다.

현대로템이 진출한 지역은 모두 33개 국가다.

올 한 해 이 지역에서 1조3410억원어치의 주문을 따낼 계획이다.

전체 철도차량 수주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7.0%에서 올해는 73.5%로 껑충 뛰게 된다.

해외 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속전철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시속 350㎞급 차량을 완성했고,작년 7월부터는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전철 개발에 착수했다.

시속 110㎞로 달리는 무인운전 자기부상열차 제작에도 성공해 2012년 상업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은 "해외시장 진출을 기반으로 2011년 매출 3조4000억원,수주 3조8000억원을 달성해 철도차량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