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 낮은 자기자본 논란

정부가 새로 제정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에 자본시장 관련업무를 모두 취급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 하한선을 예상보다 크게 낮은 2000억원 수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큰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자통법 제정 취지에 비춰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해왔던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준이 소형 금융사들을 양산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 뻔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회사 업무를 42개로 촘촘하게 구분한 것도 지나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며,오히려 자칫 매트릭스(matrix) 방식의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소형사 양산 '레드오션'될 것

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 기준이 낮아지면 사실상 진입 규제가 없어져 위탁매매나 자산운용 등 특정 업무만 영위하는 소형사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고려 중인 방안에 따르면 가장 간단한 투자자문업의 경우 5억원만 있으면 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에선 이렇게 되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하기는커녕 대기업과 은행 등의 잇단 증권업 진출로 가뜩이나 경영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는 시장에서 소형 금융투자회사들 간 과당 경쟁이 불가피해져 자본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이 1조~2조원대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자기자본 확충을 서둘러왔던 대형 증권사들은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A증권 사장은 "IB 시장이 취약한 상황에서 진입 규제가 사실상 없어지면 위탁매매 수수료가 온라인 거래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경영수지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ㆍ자산운용사 사장단은 앞서 지난 27일 전광우 금융위원장과의 상견례에서 "신규 진입 완화 정책으로 이미 과당 경쟁 조짐이 있다"며 "이대로라면 자통법이 추구하는 '대형화'라는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었다.

◆'매트릭스' 규제 지적

금융투자회사 인가 대상 업무를 42개로 세분화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규제를 완화한다면서 '매트릭스' 규제를 도입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자통법상 금융투자회사의 업무 종류는 △투자매매 △중개 △일임 △자문 △집합투자 △신탁 등 6개지만,금융당국은 투자매매를 '인수업무' 포함 여부에 따라 2개로 나눠 실제로는 7개 영역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또 투자상품은 증권 장내파생 장외파생 등 3개,고객은 전문투자자(주로 기관)와 일반투자자(개인)로 구분된다.

이들 세 가지 잣대를 통해 금융투자회사의 업무는 42개(7×3×2)로 세분화된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규제가 촘촘해져 일종의 '매트릭스 규제'가 마련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B자산운용사 대표도 "업무를 42개로 세분화하면 앞으로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인가 대상을 6개의 대분류 업무 종류만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업계 종사자나 감독당국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