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이슬람 금융회사들이 투자하는 '이슬람 펀드'를 만들어 중동의 오일머니 유치에 나선다.

국내에서 창업투자회사가 중동으로부터 소규모 투자자금을 일부 유치한 적은 있지만 대형 금융업체가 중동의 대규모 자금 유치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30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코스트' 국가들의 이슬람 금융업체들을 대상으로 베트남과 중국 등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이슬람 금융업체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를 두고 중동지역 정부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대한 오일 머니를 투자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은 이슬람 금융업체들의 운용자금 가운데 1% 정도가 한국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슬람 펀드는 연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당장은 소규모로 출발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금융업체들이 이슬람 금융업체로부터 적어도 90억달러(9조원) 정도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증권은 이자 소득을 금기시하는 샤리아에 맞게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등 부동산 펀드를 주축으로 추진하되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쿠크(이슬람 채권) 발행도 함께 주선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의 신용위기 여파로 런던 뉴욕 등 기존 메이저 채권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슬람 금융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 공급원이 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일본이 이슬람 자금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이 최근 이슬람 펀드를 내놨으며 수출입은행 격인 일본 대외협력은행도 이슬람 금융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쿠크를 발행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