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왕의 잠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말은 과장하지 말고,문장은 늘어놓지 말고,은혜는 넘치지 말고,사람은 의심하지 말고,사물은 흔들지 말고 다만 길들일 일이다.
''군주는 신중함과 인간미로 중용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나친 확신으로 주의를 게을리해도 안되고 지나친 의심으로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어도 안된다.
앞의 것은 조선조 정조대왕의 수상록인 '일득록(日得錄)',뒤의 것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다.
통치자의 자세와 덕목을 다룬 대목들로 핵심은 수신(修身)과 자중(自重)이다.
남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높이고 제 도리와 규범을 지켜 그들의 존경심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론엔 이런 귀절도 있다.
'내용이 뭐든 듣는 사람이 신중해야 조언(助言)이 훌륭해지는 것이지 좋은 조언에서 듣는 이의 신중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주위의 말을 잘 듣되 취사선택과 판단을 잘해야 한다는 건데 일득록에도 유사한 부분이 나온다.
'남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살피지 않으면 마침내 줏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왕 노릇은 언제든 어려운 모양이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20여년 전 아들(펠리페 왕자)에게 보낸 편지 속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을 보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피곤해도 활기찬 듯 보이고,마음에 안 내켜도 친절하게 굴고,관심없어도 경청하고,힘들어도 남을 도우라"는 게 그것이다.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11월 칠레에서 열린 제17차 이베로ㆍ아메리카 정상회담 도중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입 좀 닥쳐"라고 소리쳐 유명해진 인물.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만 독재자 프랑코에 의해 국가원수 후계자로 지명돼 한동안 꼭두각시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대중의 비판을 잠재우고 오랜 세월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온 왕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하는 잠언은 왕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리더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왕은 남의 말을 많이 듣고 균형있게 얘기해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선 신중해야 하며 확언을 하면 안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군주는 신중함과 인간미로 중용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나친 확신으로 주의를 게을리해도 안되고 지나친 의심으로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어도 안된다.
앞의 것은 조선조 정조대왕의 수상록인 '일득록(日得錄)',뒤의 것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다.
통치자의 자세와 덕목을 다룬 대목들로 핵심은 수신(修身)과 자중(自重)이다.
남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높이고 제 도리와 규범을 지켜 그들의 존경심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론엔 이런 귀절도 있다.
'내용이 뭐든 듣는 사람이 신중해야 조언(助言)이 훌륭해지는 것이지 좋은 조언에서 듣는 이의 신중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주위의 말을 잘 듣되 취사선택과 판단을 잘해야 한다는 건데 일득록에도 유사한 부분이 나온다.
'남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살피지 않으면 마침내 줏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왕 노릇은 언제든 어려운 모양이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20여년 전 아들(펠리페 왕자)에게 보낸 편지 속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을 보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피곤해도 활기찬 듯 보이고,마음에 안 내켜도 친절하게 굴고,관심없어도 경청하고,힘들어도 남을 도우라"는 게 그것이다.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11월 칠레에서 열린 제17차 이베로ㆍ아메리카 정상회담 도중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입 좀 닥쳐"라고 소리쳐 유명해진 인물.지금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만 독재자 프랑코에 의해 국가원수 후계자로 지명돼 한동안 꼭두각시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대중의 비판을 잠재우고 오랜 세월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온 왕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하는 잠언은 왕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리더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왕은 남의 말을 많이 듣고 균형있게 얘기해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선 신중해야 하며 확언을 하면 안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