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개소

의료계가 보완대체의학으로 치료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의료 소비자들이 검증받은 보완대체의학 활성화와 함께 양ㆍ한방 통합을 바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이 같은 의료계의 움직임은 치료의 가치관이나 방법에서 보완대체의학과 가까운 한의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양방과 한방이 중국이나 일본처럼 하나의 의료체계에서 발전할 경우 혜택을 보는 것은 의료 소비자이고 의료 산업화도 촉진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14일 고려대 안암병원은 통합의학센터를 개소하고 명상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요가 태극권 동종요법 등의 시행에 들어갔다.

여기에 한의원이나 개원의들이 주로 하는 해독치료,카이로프랙틱,혈액 중 내독소 검사,모발 중 중금속 검사 등도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김형규 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외국에서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부작용이 적은 보완요법을 도입해 현대의학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질환에 보조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 예로 뇌동맥류 수술 후 다시 뇌출혈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의료명상을 실시해 불안과 우울함을 완화시키고 있으며,4년 전의 교통사고로 원인 모를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음악치료와 동종요법으로 통증을 덜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까지 수익성보다는 순수하게 환자 치료의 질 향상과 연구 차원에서 시행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박사 세계 첫 배출

세계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원을 운영 중인 포천중문의대는 지난 2월 사상 처음 세 명의 대체의학 박사를 배출했다.

전세일 대학원장은 "경락 호르몬 자율신경계 등을 탐구하는 대체의학연구소와 각종 보완요법 클리닉을 운영하는 바이오메디컬센터를 발전시켜 보완대체의학을 의료의 한 분야로 당당히 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올 1월 개원한 삼성암센터도 암 환자의 통증 완화와 활기찬 삶을 위해 음악ㆍ미술ㆍ요가ㆍ명상ㆍ웃음ㆍ마사지 치료 등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MD앤더슨암센터 등 미국의 저명한 암 전문 치료병원처럼 수술ㆍ항암제ㆍ방사선 치료로 지친 암환자들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살피겠다는 게 병원의 구상이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도 내년 5월 서울성모병원으로 신축 개원하면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센터를 확충해 마음챙김 명상과 뉴로피드백 영양요법 운동요법을 환자에게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은 조기관절염과를 설치해 경증 관절염 환자를 위한 심신요법 영양요법 카이로프랙틱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한방음악치료센터에서 뇌졸중 암환자 등의 재활을 돕고 있다.

의료소비자 75% 보완대체의학 치료

그러나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다수 병원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서울대의 경우 2006년 10월 대체의학연구소를 출범시켰으나 통증 치료 차원에서 심신요법 뉴로피드백 전기침(IMS) 등을 초기 연구하는 수준이다.

참여정부 당시 국립 한의대 설치를 반대해 부산대로 넘기기도 했다.

한의대 설립이 과학적인 연구를 저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의 양분화를 고착화시켜 의료 일원화를 방해한다는 명분이었다.

한의학계도 보완대체의학과 함께 한의학을 아우르려는 의료계 일각의 의도에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의사들의 기본 전제가 한의학의 고유성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폄하하고 현대의학의 보완 수단으로 흡수하려는 이상 의료계와 같이 갈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 내에 양ㆍ한방이 공존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양ㆍ한방 협진을 통해 어떤 시너지가 생겼는지에 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연구논문 한 편 나오지 않은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런 양ㆍ한방 갈등에도 불구하고 의료 소비자들의 74.8%가 보완대체의학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현대의학적 치료비의 77.6%에 달하는 금액(1인당 연간 37만1575원ㆍ의사협회 조사)을 보완대체요법에 지출하는 시장의 잠재성을 고려할 때 언젠가는 타협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