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개월차 변호사 일상 엿보기‥"보고서 속 '떡볶이' 먹어치우기 정신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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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떡볶이뿐인데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의 최인선 변호사(28·연수원 37기) 사무실.
책상에 앉아 2개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최 변호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화면을 스크롤해서 뒷장을 훑어볼수록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진다.
화면을 봤더니 온통 빨간색 글자들뿐.지난 밤에 몇 시간에 걸쳐 써서 보낸 의견서에 선배 변호사가 수정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다시 보내 준 것이다.
'떡볶이'란 신입 변호사들이 빨간색 글자로 수정된 부분을 빗대어 말하는 은어.
화면 속의 수많은 '떡볶이'들을 먹어치우듯 그녀는 모니터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의 잘못들을 복기했다.
최 변호사는 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지난 2월1일 입사해 이제 막 업무를 익히기 시작한 '새내기 변호사'.
기업자문과 공정거래 쪽을 전문분야로 삼아 '변호사 한명 몫'을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입사 2개월차’의 강행군을 따라가보았다.
기상시간은 아침 6시 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영어회화 수업에 늦지않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40여분 지하철을 타고도 뛰고 또 뛰어 간신히 지각은 면했다.
이날의 주제는 '부동산 법'. 같은 로펌 내 쟁쟁한 파트너 변호사들의 유창한 영어에 일단 주눅부터 든다.
그래도 부지런히 필기도 해가며 10년전 고등학교 시절의 열정을 되살려 본다.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를 켠 것이 9시.이제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모니터 옆의 스피커는 ‘띵동’소리를 반복해서 토해낸다.메일함에 끊임없이 이메일이 도착하고 있는 것.
선배 변호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주로 메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단다.
최 변호사는 "하루에 많게는 100여통 가까이 이메일을 받는다"며 "바로바로 처리해야하는 긴급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있을 때도 이메일이 오면 휴대폰으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날 처리해야 할 업무는 수시로 떨어지는 이메일 지시사항 외에도 10여건의 공정거래 및 기업법 관련 사건들.
이메일 응답하랴,고객들의 전화받으랴,선배 변호사들 방에 수시로 불려다니느라 최 변호사는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행되는 공정거래팀 미팅이 열렸다.
동기 변호사는 한달간을 준비했다며 의기양양했지만 선배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오후 2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끝없이 이어지는 업무에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의 표정은 내내 밝았다.
특이한 것은 무슨 업무를 하든지 간에 '블루스탑워치'란 시간기록 프로그램에 기록을 한다는 것.
해당 업무를 시작할 때 클릭하고 끝냈을 때 클릭해 그 일을 마치는 데 얼마의 시간을 들였는지를 초단위로 체크한다.
최 변호사는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지 초단위로 체크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자기가 노력한 시간만큼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오후가 지나고 이어진 저녁시간.한달에 한 번씩 만난다는 연수원 동기모임에 나갔지만 그녀는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동기들이라 시간을 내서 만났지만 주말 전에 끝내야 하는 업무에 오래 앉아있기가 불편했던 것.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10여분간 토막잠을 잔 뒤 다시 일에 빠져들었다.
사무실 불을 끄고 나온 것이 새벽 1시.거리는 한적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최 변호사의 얼굴만은 이상스레 생기가 넘쳤다.
"제 사무실에 빈 책장이 3개가 있어요.선배 변호사들 책장에는 예전 기록들이 가득하죠.거기에 제가 맡은 사건 관련 서류철이 가득 차서 넘치는 날이 언젠가는 올거예요.그 때쯤이면 저도 어느 정도 제가 원하는 변호사상에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요.그때까진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열심히 할 겁니다."
말을 맺은 그녀는 어둠 너머로 택시를 타고 총총히 사라졌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의 최인선 변호사(28·연수원 37기) 사무실.
책상에 앉아 2개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최 변호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화면을 스크롤해서 뒷장을 훑어볼수록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진다.
화면을 봤더니 온통 빨간색 글자들뿐.지난 밤에 몇 시간에 걸쳐 써서 보낸 의견서에 선배 변호사가 수정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다시 보내 준 것이다.
'떡볶이'란 신입 변호사들이 빨간색 글자로 수정된 부분을 빗대어 말하는 은어.
화면 속의 수많은 '떡볶이'들을 먹어치우듯 그녀는 모니터 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의 잘못들을 복기했다.
최 변호사는 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지난 2월1일 입사해 이제 막 업무를 익히기 시작한 '새내기 변호사'.
기업자문과 공정거래 쪽을 전문분야로 삼아 '변호사 한명 몫'을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입사 2개월차’의 강행군을 따라가보았다.
기상시간은 아침 6시 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영어회화 수업에 늦지않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40여분 지하철을 타고도 뛰고 또 뛰어 간신히 지각은 면했다.
이날의 주제는 '부동산 법'. 같은 로펌 내 쟁쟁한 파트너 변호사들의 유창한 영어에 일단 주눅부터 든다.
그래도 부지런히 필기도 해가며 10년전 고등학교 시절의 열정을 되살려 본다.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를 켠 것이 9시.이제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모니터 옆의 스피커는 ‘띵동’소리를 반복해서 토해낸다.메일함에 끊임없이 이메일이 도착하고 있는 것.
선배 변호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주로 메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단다.
최 변호사는 "하루에 많게는 100여통 가까이 이메일을 받는다"며 "바로바로 처리해야하는 긴급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있을 때도 이메일이 오면 휴대폰으로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날 처리해야 할 업무는 수시로 떨어지는 이메일 지시사항 외에도 10여건의 공정거래 및 기업법 관련 사건들.
이메일 응답하랴,고객들의 전화받으랴,선배 변호사들 방에 수시로 불려다니느라 최 변호사는 정신이 없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행되는 공정거래팀 미팅이 열렸다.
동기 변호사는 한달간을 준비했다며 의기양양했지만 선배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오후 2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끝없이 이어지는 업무에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의 표정은 내내 밝았다.
특이한 것은 무슨 업무를 하든지 간에 '블루스탑워치'란 시간기록 프로그램에 기록을 한다는 것.
해당 업무를 시작할 때 클릭하고 끝냈을 때 클릭해 그 일을 마치는 데 얼마의 시간을 들였는지를 초단위로 체크한다.
최 변호사는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지 초단위로 체크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자기가 노력한 시간만큼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다"고 밝혔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오후가 지나고 이어진 저녁시간.한달에 한 번씩 만난다는 연수원 동기모임에 나갔지만 그녀는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동기들이라 시간을 내서 만났지만 주말 전에 끝내야 하는 업무에 오래 앉아있기가 불편했던 것.사무실에 돌아온 그녀는 10여분간 토막잠을 잔 뒤 다시 일에 빠져들었다.
사무실 불을 끄고 나온 것이 새벽 1시.거리는 한적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최 변호사의 얼굴만은 이상스레 생기가 넘쳤다.
"제 사무실에 빈 책장이 3개가 있어요.선배 변호사들 책장에는 예전 기록들이 가득하죠.거기에 제가 맡은 사건 관련 서류철이 가득 차서 넘치는 날이 언젠가는 올거예요.그 때쯤이면 저도 어느 정도 제가 원하는 변호사상에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요.그때까진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열심히 할 겁니다."
말을 맺은 그녀는 어둠 너머로 택시를 타고 총총히 사라졌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