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호가도 이미 오를 만큼 올랐고 매물까지 드물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경기 시흥시 장현동 중앙공인 관계자)

제2서해안 고속도로(시흥~홍성) 중 제1구간(시흥~서평택구간)이 지난 31일부터 착공에 들어갔지만 시흥시 화성시 등 직접 수혜지역의 토지 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교통 개선 호재가 이미 땅값에 반영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가 통과할 지역의 중개업소들은 토지 시장이 거래 활력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토지를 전문 취급하는 중개업소의 상당수가 평일은 물론 외지인이 많이 찾는 토요일에도 문을 걸어두고 있다.

시흥시청 앞 대한공인 김용옥 사장은 "제2서해안 고속도로 착공에 따른 가격 등락은 거의 없다"며 "시흥시 땅값은 논이 3.3㎡당 60만~70만원,밭이 40만원 안팎에 호가되고 대지는 300만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는데 지난해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도로 착공이 개발 호재로 작용해 땅값이 들썩이는 상황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았다.

시흥시는 제2서해안 고속도로 착공 말고도 제3경인고속도로(2010년 개통 예정) 등으로 교통 여건이 좋아질 전망이고 인천 광명 안양 등 인근 도시보다 땅값이 싸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런데도 거래가 실종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486만5000㎡ 규모의 서해안 옆 군자지구 사업도 환경 문제로 연기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1000㎡ 이상의 땅을 구입할 때 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가족 전체가 1년 이상 살아야 하고 취득자금 계획도 소명해야 하는 등 구입 방법이 까다롭다.

시흥시는 원래 시 면적의 76%가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매물이 많지 않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구입자금으로 최소 3억~4억원은 필요해 대형 호재가 아니고서는 수요자들을 끌어모으기 어렵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성공인 관계자는 "장현택지지구 보상이 오는 5월부터 시작돼 대토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화성시 송산면 등 서부 지역 일대도 마찬가지다.

화성시 서부는 시화호 남측 간척지 5467만㎡에 들어서는 대규모 신도시 송산그린시티와 붙어 있어 관심을 모았지만 토지시장은 잠잠하다.

송산면 A공인 관계자는 "송산그린시티와 맞닿아 있는 독지리와 신천리 논밭 가운데 도로와 접해 있는 것들은 3.3㎡당 70만~80만원 정도 호가하는데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고 거래도 이뤄지지 않아 시세라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일주일간 반짝했을 뿐 제2서해안 고속도로 착공 소식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용 투모컨설팅 팀장은 "제2서해안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주변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허가 등의 규제를 상쇄할 만큼 투자 이점이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흥·화성=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