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대표 전원중)가 수입제품이 판치는 국내 복사지 시장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지의 복사지 전용브랜드 '하이퍼CC'는 지난해 9만9000t가량 팔려 처음으로 국내 복사지시장에서 점유율 1위(32%)를 차지했다.

2005년만 해도 4만3000t(점유율 16%)을 판매하는 데 그쳐 수입산에 뒤처졌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 들어서는 더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월 평균 1만t 정도를 팔아 점유율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2006년 초 연산 12만t 규모의 복사지 전용 공장을 증설했으나 시스템 불안 등으로 초기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현재 공장이 100% 가동되면서 월 1만t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복사지 시장규모는 지난해 31만여t(약 3500억원)으로 이 중 태국(더블에이),인도네시아(APP,에이프릴),중국(UPM) 등 수입산이 약 18만t으로 5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에서는 한국제지에 이어 한솔제지가 7%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한국제지가 복사지 업계에서 정상으로 올라선 원동력은 △과감한 설비 증설 △친환경 제품 생산 △적극적인 마케팅 등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2005년까지만 해도 월 판매량이 3500t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국내 시장은 태국의 더블에이 등 수입산이 장악하고 있어 '복사지는 수입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따라 한국제지는 '국산복사지 시장을 외국업체에 내줄 수 없다'며 생산 설비를 늘렸다.

그러나 이로 인한 고정비용 증가 등으로 2006년 5월부터 이 회사는 영업이익이 첫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적자의 아픔을 겪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는 한국제지가 2006년 초 내놓은 복사지 브랜드 '하이퍼CC'의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국내 업계에선 최초로 TV와 신문에 광고를 했으며 주요 대학가 및 사무실을 일일이 돌며 제품을 홍보했다.

또 복사용지 대리점 주인을 대상으로 울산 공장을 견학시키는 체험마케팅과 문구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제품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복사지 시장은 프린터 보급 및 디지털 인쇄의 확산으로 매년 8% 정도 성장하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온산공장에 있는 5만t 규모의 백상지 설비를 복사지 설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제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의 변수가 있지만 판매단가 인상 노력 등으로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어 올해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