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cm 男주인공 현대판 '인형의 집'...3~6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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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이 새로운 형식으로 한국 무대에 선보인다.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남자의 부속물로만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결국엔 집을 나간다는 줄거리.1879년 희곡이 쓰여졌을 당시 파격적인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실험주의 연출가 리 브루어(71)의 극단 마부 마인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
2003년 미국에서 초연된 뒤 노르웨이의 입센 페스티벌을 비롯해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프랑스 파리 가을 페스티벌 등을 거치며 활발한 투어를 하고 있는 브루어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서 브루어는 남녀 주인공의 '차이 나는 키'를 내세워 가부장 제도의 모순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노라의 남편 '토어발트'를 비롯한 남성 배역에는 130㎝도 안 되는 왜소증의 남성들을 캐스팅하고 '노라'를 비롯한 여성 배역에는 큰 키의 배우들을 기용한다.
출입문 가구 등 모든 세트가 남성의 작은 키에 맞춰진 무대에서 노라를 비롯한 여성들은 남성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한다.
하지만 왜소한 남성들은 자신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여성들을 지배하고 명령한다.
이런 키 차이를 통해 '가부장적인 힘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다.
브루어는 31일 가진 인터뷰에서 "브레히트가 1968년 '코리올란'을 연출할 때 귀족 영웅들을 군인들보다 키가 작은 사람들로 캐스팅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많은 연출가들이 현재의 가정과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면,나는 반대로 연극성을 강조해서 반어적인 효과를 얻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적인 시도는 대화 장면 중 일부를 독백으로 바꾼 것에도 드러난다.
이에 따라 배우들이 관객들을 마주하고 대화하듯 직접 대사를 전달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새로운 형식이 많이 가미된 만큼 극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공연이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동안 그 자리에서 피아노가 배경음악으로 연주되는데,음악이 대사나 공연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기도 한다.
브루어는 "관객들이 극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끌어내고 그 중 자신이 느끼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19세기에는 '여성이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을까'가 이슈였지만,21세기에는 힘을 지닌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사랑 또한 얻을 수 있을까?'로 고민한다"며 "분명히 남성들은 파워풀한 여성을 멀리하려 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남녀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4월 3~6일,LG아트센터.3만~6만원.(02)2005-0114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남자의 부속물로만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결국엔 집을 나간다는 줄거리.1879년 희곡이 쓰여졌을 당시 파격적인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실험주의 연출가 리 브루어(71)의 극단 마부 마인을 통해 무대에 오른다.
2003년 미국에서 초연된 뒤 노르웨이의 입센 페스티벌을 비롯해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프랑스 파리 가을 페스티벌 등을 거치며 활발한 투어를 하고 있는 브루어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서 브루어는 남녀 주인공의 '차이 나는 키'를 내세워 가부장 제도의 모순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다.
노라의 남편 '토어발트'를 비롯한 남성 배역에는 130㎝도 안 되는 왜소증의 남성들을 캐스팅하고 '노라'를 비롯한 여성 배역에는 큰 키의 배우들을 기용한다.
출입문 가구 등 모든 세트가 남성의 작은 키에 맞춰진 무대에서 노라를 비롯한 여성들은 남성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한다.
하지만 왜소한 남성들은 자신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여성들을 지배하고 명령한다.
이런 키 차이를 통해 '가부장적인 힘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다.
브루어는 31일 가진 인터뷰에서 "브레히트가 1968년 '코리올란'을 연출할 때 귀족 영웅들을 군인들보다 키가 작은 사람들로 캐스팅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많은 연출가들이 현재의 가정과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면,나는 반대로 연극성을 강조해서 반어적인 효과를 얻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적인 시도는 대화 장면 중 일부를 독백으로 바꾼 것에도 드러난다.
이에 따라 배우들이 관객들을 마주하고 대화하듯 직접 대사를 전달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새로운 형식이 많이 가미된 만큼 극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공연이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동안 그 자리에서 피아노가 배경음악으로 연주되는데,음악이 대사나 공연의 흐름과 정반대로 가기도 한다.
브루어는 "관객들이 극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끌어내고 그 중 자신이 느끼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길 바란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19세기에는 '여성이 어떻게 힘을 얻을 수 있을까'가 이슈였지만,21세기에는 힘을 지닌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사랑 또한 얻을 수 있을까?'로 고민한다"며 "분명히 남성들은 파워풀한 여성을 멀리하려 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남녀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4월 3~6일,LG아트센터.3만~6만원.(02)2005-0114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