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과 정동영 대선 캠프 대변인 출신 최재천 통합민주당 의원이 맞대결을 펼치는 서울 성동갑은 일찍부터 '입심 대결'로 정가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주민들은 유세차량이 지나가면 "시끄럽다"며 인상만 찌푸릴 뿐이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는 백중세다. MBC와 동아일보 조사(25일)에선 최 의원이 35.7%,진 의원이 3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1일 직접 들어본 지역 민심도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옥수,금호,응봉,성수동 등으로 구성된 이 지역은 1990년대부터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 탓에 달동네와 번듯한 아파트 단지가 번갈아 가며 위치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비율은 77%. 이들은 30~40대 화이트칼라 남성을 제외하면 대체로 한나라당 성향이다.

31일 진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찾은 성수동 성원중학교 학부모 5명은 "지역에 중학교만 4개가 있고 인문계 고등학교가 없어 애들 교육문제가 늘 걱정이었는데 진 의원을 만나보니 여자라서 우리 생각을 잘 이해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진 의원이 '고교 신설을 통한 교육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반면 호남출신이 다수인 낙후지역 주민들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옥수1동의 한 슈퍼 주인은 "무조건 1번(민주당)"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이유를 묻자 "한나라당이 독재를 하면 큰일"이라며 견제론에 손을 들어줬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의원은 "정부에서 노인 수발 뿐 아니라 틀니까지 책임지겠다. 재개발시 세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며 서민 표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만나 본 주민 둘 중 하나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누가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는 반응이다.

도로 확장이 숙원인 금남시장의 한 정육점 사장은 "서울시가 1982년부터 길을 넓혀준다고 했는데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해 여전히 이렇다"고 말했다.

금호3동의 한 부동산 대표도 "4년 전 최 의원을 뽑아줬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진 의원도 검증이 안돼 믿음이 안가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