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코미디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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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한나라당 버스인 거 같은데 기호 6번이 써있네?"
지난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45인승 버스 크기의 선거유세 차량이 나타났다.
파란색 바탕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었다.
요즘 정치 기사를 열심히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영락없는 한나라당 버스였다.
행인들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문구와 함께 쓰인 '친박연대' 로고를 보고 기가 찬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진이 31일에는 급기야 TV와 신문 광고에까지 등장했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 박 전 대표와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의 얼굴이 나란히 실렸다.
영남권에서만 지엽적으로 이뤄지던 기형적 '박근혜 마케팅'이 공중파를 탄 것이다.
한나라당이 발끈한 건 당연한 일.강재섭 대표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국민 수준을 우롱하는 광고로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며 친박연대를 맹비난했다.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광고를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일반 유권자들이 피아(彼我)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이상한 선거양상은 '대운하 전선'에까지 확대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31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유세차량에 올라탔다.
그는 "환경과 경제 대재앙을 가져올 대운하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이 나를 몰아냈다.
은평 주민들이 오만한 한나라당과 이재오 후보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같은 당 실세의 낙선운동을 벌이는 웃지못할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가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해당행위자'들을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의 서울 중랑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원기 공동선대위원장과 정대철 상임고문이 방문했다.
당사자들에게는 공천 갈등의 피말리는 후폭풍이지만 유권자들의 눈에는 '코미디'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투표율이 50%를 밑돈다고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탓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
지난 3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45인승 버스 크기의 선거유세 차량이 나타났다.
파란색 바탕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었다.
요즘 정치 기사를 열심히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영락없는 한나라당 버스였다.
행인들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문구와 함께 쓰인 '친박연대' 로고를 보고 기가 찬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진이 31일에는 급기야 TV와 신문 광고에까지 등장했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 박 전 대표와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의 얼굴이 나란히 실렸다.
영남권에서만 지엽적으로 이뤄지던 기형적 '박근혜 마케팅'이 공중파를 탄 것이다.
한나라당이 발끈한 건 당연한 일.강재섭 대표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 국민 수준을 우롱하는 광고로 박 전 대표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며 친박연대를 맹비난했다.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광고를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일반 유권자들이 피아(彼我)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이상한 선거양상은 '대운하 전선'에까지 확대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31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유세차량에 올라탔다.
그는 "환경과 경제 대재앙을 가져올 대운하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이 나를 몰아냈다.
은평 주민들이 오만한 한나라당과 이재오 후보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같은 당 실세의 낙선운동을 벌이는 웃지못할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가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해당행위자'들을 지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의 서울 중랑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원기 공동선대위원장과 정대철 상임고문이 방문했다.
당사자들에게는 공천 갈등의 피말리는 후폭풍이지만 유권자들의 눈에는 '코미디'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투표율이 50%를 밑돈다고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탓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