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가 일산 킨텍스(KINTEX) 옆에 짓기로 계획했던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브로멕스 킨텍스타워'. 고양시가 지역의 랜드마크를 세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현재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사업자 모집에서 단 한 군데 업체도 응모하지 않은 데 이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2차 모집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데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초고층빌딩을 짓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일 각 지방자치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좌초' 위기를 맞는 지자체의 대형 개발사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업추진이 기약없이 미뤄지는가 하면,추진된 지 9년이 지나도록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사업도 있다.

이처럼 대형 개발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지자체들이 비슷비슷한 대형 개발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기장군 일대 364만㎡에 2010년까지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을 1999년부터 추진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영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서머스톤과 2006년 12월 단지 개발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이는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부산시는 아직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서머스톤 한국법인 관계자는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종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는 2006년 3월 미국 테마파크 업체인 MGM스튜디오와도 단지 개발을 위한 MOU를 맺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 역시 같은 해 10월 결렬됐다.

경기도 시흥시 '군자지구' 사업은 당초 2006년부터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확정된 '2020 시흥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추진시기가 2011년으로 5년이나 미뤄졌다.

이 사업은 2조원을 투입해 정왕동 군자 매립지 487만㎡에 테마파크,주상복합,숙박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과 한국토지공사가 추진 중인 인천 청라지구 77층짜리 'WTC(세계무역센터) 빌딩'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양 기관은 지난해 12월 민간 사업제안자인 WTC청라컨소시엄과 지난해 12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계약시기도 확정하지 못했다.

'WTC 빌딩'의 경우 당초 컨소시엄에 투자키로 했던 외국 기업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상암동 상암랜드마크타워(약 130층),광교신도시 비즈니스파크빌딩(약 100층) 등 수도권에서 초고층빌딩 건립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공급과잉이 우려돼서다.

또 시흥 군자지구도 화성 송산그린시티와 인천 송도 파라마운트,부산 동부산관광단지는 오륙도 앞 해안관광단지 등 유사 관광단지와 테마파크가 인근에서 추진되면서 수익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개발사업 추진 난항은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산하 부산도시공사는 동부산관광단지 토지 소유자들에게 지난해 5월부터 보상을 시작,현재까지 7000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했다.

부산도시공사가 이를 위해 조달한 자금에 대한 이자만 하루 5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