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4월 위기설'로 뒤숭숭 … 단칸지수 4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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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요즘 벚꽃이 만발해 '꽃놀이'가 한창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인한 엔고(高)와 고유가 주가하락 등 '3중 악재'가 일본 경제의 봄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4년 만에 최악으로 얼어붙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실질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여야간 정쟁으로 중앙은행 총재가 공석이 되는 등 '정치 실종'도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에선 2002년 이후의 경기호조세가 꺾여 일본 경제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에 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4월 위기설'마저 나돈다.
◆경제지표 '빨간불'
일본의 경제지표는 올 들어 일제히 빨간불이다.
무엇보다 기업 체감지표가 심각하다.
일본은행이 1일 발표한 1분기(1~3월) 단칸(단기경제관측조사)지수는 11에 그쳤다.
작년 10~12월의 19보다 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4년여 만에 최저다.
단칸지수는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 비율에서 나쁘게 보는 기업 비율을 뺀 수치로 대표적인 기업 체감경기지표다.
HSBC증권의 시라이시 세이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칸지수 하락은 경기후퇴의 신호탄"이라며 "일본은행이 올해 금리를 내려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체감지표만이 아니다.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중 광공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1.2% 하락했다.
2개월째 연속 내리막이다.
2월 신규 주택착공건수도 전년 동월 대비 5.0% 줄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대 중반으로 낮출 전망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고우노 류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성장률은 1%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세가 꺾이면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성한 '4월 위기설'
일본 경제 위기감의 직접 원인은 △엔고 △고유가 △주가 하락 등 '3대 악재'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는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를 부른다.
엔화 가치는 작년 여름 달러당 120엔대에서 올 들어 90엔대까지 급등(환율 하락)했다.
노무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오를 때마다 일본 주요 347개사의 경상이익은 평균 0.5% 줄어든다.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 증가율은 이미 작년 3,4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간판기업 도요타도 올 2월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가 전년 동월보다 3% 줄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유가는 특히 중소기업을 옭죄고 있다.
오른 기름값을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경상적자 상태다.
주가 하락으로 기업 심리는 잔뜩 움츠러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 27% 폭락했다.
미국보다 더 떨어진 주가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하고,임금 인상을 보류했다.
가뜩이나 시원치 않은 내수가 더 악화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경제 불안을 극복할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시ㆍ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일본은행 총재 자리는 지난달 20일 이후 공석이다.
정부가 지명한 후보를 야당이 두 차례 연속 거부하면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는 "대외 악재로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앙은행 총재 한명 제대로 뽑지 못하는 정치권의 리더십 부족은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