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이 급팽창하면서 100대 체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위안(약 140조원)을 돌파했다.

중국 100대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들어 다소 둔화됐지만 2003년 45%를 기록한 이후 2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가 폭발적인 성장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中 소비 팽창 "연 140조 시장 타라"
◆가전 유통이 성장 주도

중국 체인경영협회는 1일 100대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전년보다 21% 증가한 1조22억위안(약 140조30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중국 100대 유통업체 가운데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 곳은 가전 유통업체다.

궈메이뎬치가 2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 30위권에 쑤닝 우싱 훙투싼바오 디신퉁 등 5개 가전 유통업체가 포진했다.

가전제품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LCD(액정표시장치)TV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작년보다 76% 증가한 15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선두권 유통업체들의 시장 집중도가 심화됐다.

100대 유통업체 매출이 전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2%로 2003년 6%에서 크게 높아졌다.

외국 업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100대 유통업체에 진입한 외국계 기업은 까르푸 월마트 등 15개사로 작년과 같은 숫자다.

이들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28% 증가한 1825억위안(약 25조5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00대 유통업체 매출의 18% 수준이다.

2006년엔 이 비중이 16.8%였다.

한국의 이마트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에는 세계 250대 유통업체 가운데 100개사가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60여개사는 2006년 말 이후 진입했다.

외국 기업들의 내수시장 공략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유통시장 성공 요인

지난해 11.4%를 기록한 중국 성장률 중 소비의 기여도는 4.4%포인트에 달했다.

中 소비 팽창 "연 140조 시장 타라"
7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4.3%포인트)와 수출(2.7%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를 앞지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저가로 승부하지 말고 △지역 집중화로 비용을 줄이며 △지방 보호주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1위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중국 경영을 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는 지적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42% 증가한 213억위안(약 2조9820억원)을 기록했지만 까르푸(296억위안)에 뒤져 있다.

매출 순위도 까르푸는 6위에 오른 반면 월마트는 13위에 그쳤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CMR의 손레인 사장은 "월마트가 고전하는 것은 초저가로 승부를 거는 '가격의 살수'가 즐비한 중국에서 저가로 차별화하려는 미국식 모델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의 구매 패턴에 전략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벌크 형태로 물건을 사가는 미국인과는 달리 중국인은 자주 와서 조금씩 사가는 구매 형태를 보인다.

대량 조달해 대량 판매하는 월마트식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중국의 지방 보호주의에 맞는 자금 결제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월마트는 중국 진출시 결제창구를 남부 선전에 있는 헤드쿼터로 일원화했다.

이 때문에 다른 지방정부는 자기 지역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가를 제때 내주지 않아 까르푸에 비해 출점 속도가 더뎠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