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전격적으로 소환을 통보한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어떤 내용으로 조사를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씨는 `삼성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며, 수사기관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윤정석 특검보는 1일 "홍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미술품 관련 사항들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른바 삼성의 고가 미술품 구매 의혹을 주된 조사 분야로 지목했다.

이 의혹은 홍씨 등 삼성가(家)에서 2002∼2003년 서미갤러리와 국제갤러리 등을 통해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였으며 그룹 내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구매 대금으로 쓰였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홍씨가 미술품을 사 달라며 갤러리 관계자에게 건넨 자금이 누구의 돈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관련 의혹이 특검의 수사대상이 됐던 이유도 "다량의 비싼 그림들을 산 자금이 과연 개인 돈이었겠느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실제로 수사진은 그룹 전ㆍ현직 임원 12명 명의로 된 삼성생명 지분 16.2%가 `차명보유' 상태이며 그 배당금 중 일부는 국제갤러리로 흘러가 미술품을 사들이는 데 쓰인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름을 숨긴 채 그룹 내에서 관리돼 온 재산으로 그림을 사들인 단서가 포착된 셈이다.

만약 이 지분을 개인 재산이 아닌 회삿돈으로 사들인 점이 일부라도 드러난다면 횡령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빼돌린 공금'으로 미술품을 산 홍씨도 공범이 될 수 있다.

삼성의 주장대로 해당 지분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라면 횡령죄 적용이 불가능하며 주식을 차명거래해 세금을 포탈하려한 책임만 문제가 된다.

하지만 상속세를 내야 하는 시효는 이미 지났고 주식 차명거래가 밝혀질 경우 1년 이내에 세금을 내야 하는 법 조항도 지분 거래시점 이후에 도입된 것이어서 `소급적용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쉽사리 죄책을 묻기 힘든 측면이 많다.

반면 고가 미술품을 산 돈이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 뿐만 아니라 `제3의 자금원'에서도 나왔다면 또 다시 횡령죄 적용의 가능성이 생기므로 수사진은 여러모로 홍씨에게 미술품을 사들인 밑천이 무엇이었는지 캐물을 공산이 크다.

홍씨 등이 비자금으로 샀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유명 미술품들의 행방과 에버랜드 창고에서 발견된 미술품들의 실소유주 및 소장 경위 등도 이번 조사의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며 공개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원 상당)'은 아직 실소유자가 규명되지 않았고 에버랜드 수장고에 보관된 수천점의 미술품이 전부 다 삼성문화재단 소유인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밖에 홍씨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의 피고발인인 만큼 당시 삼성 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에버랜드 주식 인수권한을 포기한 경위 등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