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으로 당장 ‘발등의 불’을 끄게 됐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처로 꼽히고 있다.

물론 금융과 비금융 자회사를 함께 갖고 있는 한화와 동양그룹 등도 현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삼성이 처한 상황은 훨씬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2월 삼성차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해 2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채권단에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애초 약속대로 삼성생명을 상장해 채권단 보유 주식을 현금화해야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였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지분 가치가 반영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결정에 따라 이 같은 고민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신희진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다른 대기업들도 수혜를 보겠지만 그룹 전체 지배구조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며 “삼성은 삼성생명이라는 거대 금융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를 장악하는 형태로, 지배구조 재편이 어렵기 때문에 최대 수혜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삼성그룹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만 매각하면 된다. 금융과 비금융 자회사를 모두 거느리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더라도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의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삼성그룹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졌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25.6%를 팔면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며,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그룹 전체 지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삼성카드 역시 유동화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에버랜드 지분 가치를 통해 주가가 재평가받을 전망이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금융위원회 정책에 대해 “저축자의 권익 보호 및 금융 질서의 건전성과 안정성 유지라는 근본 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