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새정부 대북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개성공단 남한 당국자 추방을 계기로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이날 이 대통령을 '역도'라고 지칭하고 새 정부 '비핵 개방 3000' 정책에 대한 총체적 거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국가원수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라면서도 일단 '로키(low key=직접대응을 피하는 신중한 자세)'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공세 수위 높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일 '남조선 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원 글'에서 이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고 지칭하고 "이명박 정권은 저들의 친미사대 반북대결 책동으로 말미암아 북남 관계가 동결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파괴되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사태가 초래되는 데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비핵ㆍ개방ㆍ3000'을 '반동적인 실용주의'라고 규정한 뒤 "이는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며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반통일 선언"이라며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고,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조목조목 논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로동신문은 북한 노동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지라는 점에서 이번 논평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남북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국가원수 거론 적절치 않다.

정부는 북측의 도발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가원수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더이상의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외교안보정책실무조정회의를 열었으나 구체적인 대응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의 진위나 의도가 파악이 되지 않아 좀 더 상황 맥락을 파악한 다음에 필요하다면 공식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적인 측면은 건드리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사설보다 낮은 수준인 논평원 형식을 빌려 향후 진행될 경협 등을 위해 변화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시비는 걸되 퇴로는 열어놨다는 해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은 민간부문까지 닫을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핵문제 향방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당국자 추방,미사일 발사,합참의장 사과 요구,대통령 비판 등 다각도로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향후 남북 관계에 있어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지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긴장이 계속될 경우 제2의 서해교전 같은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