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유은행 민영화 처리방안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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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내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겠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번 계기에 글로벌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대형 금융사를 만들어야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 등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처리 방향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정면 충돌했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매각하자는 안을 밀어붙였고,재정부는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을 묶어 지주회사를 만든 뒤 그 지주회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민영화하자는 '메가뱅크' 안으로 맞섰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을 중심으로 세부안을 짜고 있다"며 "이달 안에 금융위 안을 마련하고 최종안은 6월에 확정해 7월 중 (산업은행을) 민간 중심의 지배구조로 바꾼 후 내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대로 '연내 산업은행 지주회사 전환,내년부터 매각'이라는 안을 그대로 보고한 것이다.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다른 부처에서 혹시 다른 안을 갖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자는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가면서 최종안을 확정짓겠다"며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때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데…"라면서 말을 끊었다.
강 장관은 "한국의 경제 규모는 동북아시아에서 3위인데 최대 은행이 세계 70위 규모밖에 안 된다"며 "산업은행 민영화는 아시아 10대 은행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도 수십 개의 은행을 2개로 통합해 키 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며 "산업은행 민영화를 계기로 삼지 않으면 어렵다"고 발언했다.
이어 "한번 놓치면 두번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니 심도있게 검토하고 최종 방침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산업은행과 그 자회사만을 금융지주사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과 기업은행까지 함께 묶어 대표 금융회사로 육성하자는 재정부의 안을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들이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규모 면에서 경쟁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니 4월 중에 그 제안도 포함해서 논의하자"고 정리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내놓을 만한 금융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약하다.
이 정도 소규모로는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다"며 "우리도 대표적으로 내놓을 투자은행(IB)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