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 퇴진 숨고르기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에 대해 퇴진 목소리를 높였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대표적 진보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윤수 관장과 대면했으나 '일'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유 장관은 이날 오후 2시께 미술관 본관 정문으로 마중나온 김 관장과 악수를 하면서 "오늘은 업무 이야기만 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언질을 줬다.

업무보고에 앞서 한 인사말에서도 정치적 해석이 가능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구석지고 외로운 곳에서 여러분이 어떻게 일해왔는지 알 것 같다"며 미술관 직원들을 격려한 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산하 기관들이 근본적인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술 자체가 도구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예술 자체의 순수함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순수예술을 옹호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 유 장관은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고 예술에 대한 개인적 견해"라고 덧붙였다.

그의 언행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정책의 큰 틀을 짜고 잘 해보라는 응원의 소리로 받아들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장관과 김 관장과의 이날 대면은 업무보고의 테두리 안에서 별 문제가 없이 끝났지만 '코드 인사' 공방은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양측이 기본적인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계 일각에선 유 장관이 총선을 의식해 '코드 인사' 퇴진 논란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