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서 최근 열린 스타벅스의 주주총회.지난해의 성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새 경영 아젠다를 내놓는 중요한 자리였다.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가 세부 전략을 발표하는 사이 제일 앞자리의 한 여성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번 아젠다를 작성한 미셸 가스 글로벌 전략 부사장(40)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스를 스타벅스 신화를 창조한 숨은 주역으로 꼽았다.

얼음 음료 '프라푸치노'를 스타벅스의 간판 메뉴로 만든 게 바로 그다.

1996년 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타벅스의 마케팅 매니저로 들어간 가스는 당시 모카와 커피맛 두 가지에 불과했던 프라푸치노를 15개 메뉴로 다양화했다.

음료 위에 휘핑 크림과 캐러멜을 올려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녹차와 초콜릿,라즈베리 등 끊임없이 다양한 맛을 제공해 젊은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는 '커피숍은 커피만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2005년 생수업체 '에토스'를 인수해 먹는 물 시장에 나섰다.

1.8달러짜리 물 한 병을 팔 때마다 5센트를 아프리카와 아시아 식수원 개발에 쓰겠다고 선언했다.

자선사업을 마케팅에 결합한 그의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얼그레이와 민트 등 고급 차 브랜드인 '타조'도 여성 소비자의 인기를 얻었다.

실패한 아이디어도 없진 않았다.

아침식사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내놓은 따뜻한 샌드위치는 커피향과 어울리지 않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05년 출시한 초콜릿 디저트도 실패에 그쳤다.

하지만 동료들은 실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게 그의 장점이라고 평가한다.

전 부사장인 완다 헨든은 그에 대해 "과거에 실패했다면 앞으로는 반드시 성공하도록 만든다"며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슐츠 회장은 두 달 전 CEO로 복귀하자마자 그를 오른팔로 기용했다.

주가 하락과 판매 저조 등 난국을 헤쳐나갈 인물로 '행동하는 아이디어맨'보다 적절한 이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글로벌 전략을 맡은 가스는 수많은 직원과 경영진을 만나며 재기의 로드맵을 그렸다.

1층에 새로 차린 사무실은 빨강과 보라색으로 칠했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두 아이의 엄마인 가스는 매일 오전 6시반에 출근하는 일중독자로도 알려져 있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넣은 바닐라 라테를 큰 잔으로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 하루 세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스타벅스의 글로벌 전략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된 비결은 다름아닌 일에 대한 열정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낼 때는 경쟁 업체를 신경쓰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끌리는 일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