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장중 40포인트 이상 뛰어오르는 급등세를 보이며 낮 12시 현재 전날보다 38.31포인트(2.25%) 오른 1,740.56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650선 근처까지 회복됐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투자심리가 호전된데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업종 중심의 상승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낙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2분기 내 코스피 1,900선도 가능" = 증시 상승을 낙관하는 측에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완화돼 유동성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UBS가 대규모 추가 상각과 함께 151억달러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히고 리먼 브러더스가 40억달러 자본 확충에 성공하는 등 한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정상화가 속속 이뤄지기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애널리스트는 "이제 투자자들은 투자은행들의 추가부실 우려보다 이번 대규모 상각과 자본 조달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튼튼한 펀더멘털도 국내외 투자자들의 증시 복귀를 앞당기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해 LCD 패널업계의 업황 턴어라운드에 이어 올해는 반도체가 상반기 중에 최악의 국면을 지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업황 호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IT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자동차주도 일본 경쟁업체들이 엔고에 시달리는 동안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며, 금융주는 그 동안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너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진호 애널리스트는 "IT주는 실적 호전, 금융주는 저평가 매력이 있는데다 조선, 철강 등의 굴뚝주도 이익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2.4분기 증시는 1,900선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1,2월에 매도로 일관했던 외국인들이 연일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의 가격 메리트가 그만큼 있다는 얘기"라며 "지수가 1,800선까지 이르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美 경기 불안..지나친 낙관 금물" =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고용, 소비, 물가 등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국내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의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증시 상승은 강세장으로의 복귀라기보다는 약세장 속의 기술적인 반등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1,850선 이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이미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 있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4~10%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적정 코스피지수는 1,715~1,840대로 그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