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보다 절망에 속는 일 더 많죠"...시인 신달자 에세이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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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깨달음을 담은 산문집은 많아도 자신의 치마 속내까지 내보이는 산문집은 드물다.
세련된 문장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포장을 벗겨내는 사람도 있다.
시인 신달자씨(65)의 에세이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민음사)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시인은 딸 같은 제자 희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통해 결혼 9년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 동안 뒷바라지했던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정신적ㆍ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남편을 돌보면서 느낀 고통과 번민 등을 수식어 없이 맨살 그대로 드러낸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낸 자신의 노력을 치하하거나 그 안에서 느꼈던 삶의 기쁨을 그릴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겪은 인생의 난관들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남편이 신혼 여행길에 가방 하나 들어주지 않았던 것부터 몸이 아픈 동안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담담하게 썼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남편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와중에 쓰러진 시어머니를 간호했던 대목에서는 한숨마저 나온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모습이 감동적이다.
남편의 병원비와 생계를 위해 보따리 장사에 나섰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사연은 행복을 위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힘든 여정은 끝났지만 일생의 동반자였던 그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모습도 아릿하다.
그는 마지막 장에서 "사람들이 아직 벗어날 방도가 있는 데도 너무 일찍 절망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며 "그를 미워하고 섭섭해하면서도 나를 숨 쉬게 하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소가 그 남자인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또한 "십자가는 지고 묵묵히 가는 것인데 나는 '그'라는 십자가를 어깨에서 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세련된 문장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포장을 벗겨내는 사람도 있다.
시인 신달자씨(65)의 에세이집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민음사)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시인은 딸 같은 제자 희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통해 결혼 9년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 동안 뒷바라지했던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정신적ㆍ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남편을 돌보면서 느낀 고통과 번민 등을 수식어 없이 맨살 그대로 드러낸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해낸 자신의 노력을 치하하거나 그 안에서 느꼈던 삶의 기쁨을 그릴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겪은 인생의 난관들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남편이 신혼 여행길에 가방 하나 들어주지 않았던 것부터 몸이 아픈 동안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담담하게 썼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남편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 와중에 쓰러진 시어머니를 간호했던 대목에서는 한숨마저 나온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모습이 감동적이다.
남편의 병원비와 생계를 위해 보따리 장사에 나섰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사연은 행복을 위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힘든 여정은 끝났지만 일생의 동반자였던 그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모습도 아릿하다.
그는 마지막 장에서 "사람들이 아직 벗어날 방도가 있는 데도 너무 일찍 절망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며 "그를 미워하고 섭섭해하면서도 나를 숨 쉬게 하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소가 그 남자인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또한 "십자가는 지고 묵묵히 가는 것인데 나는 '그'라는 십자가를 어깨에서 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