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의 부활 신화를 만든 카를로스 곤 사장이 '밀어붙이기'식 수치 경영 방식을 버리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곤 사장은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2012년까지 시행할 중기 경영계획에 '필달 경영(반드시 달성해야 할 수치 목표)' 대신 장기적인 안정 성장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곤 사장은 1999년 취임 이후 '닛산 리바이벌 플랜'(2000~2001년) '닛산 180'(2002~2004년) '닛산 밸류업'(2005~2007년) 등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정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닛산의 'V자 회복'을 이끌어왔다.

곤 사장은 새 경영계획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다.

또 최종 연도의 자동차 판매 목표 대수나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캐시플로(현금흐름) 경영을 중시하고 차세대 자동차로 각광받는 환경차 개발에 주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곤 사장이 수치 목표를 폐기하기로 한 것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단기 수치 목표보다 장기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지나친 수치 목표로 조직이 경직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배경이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실제로 닛산은 수년간 판매 대수나 이익률에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 경쟁사인 도요타 혼다 등에 비해 장기 성장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차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곤 사장은 "앞으로 5년 동안 R&D(연구개발)와 신규 시장 개척에 집중 투자,전기자동차 등 '환경차'를 개발해 2010년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 신 성장축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9년 닛산의 COO(최고업무책임자)로 영입된 곤 사장은 2000년 6844억엔(약 5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추락하는 일본 경제의 상징이던 닛산을 1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다.

그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과감한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내걸어 실적을 개선하는 수완을 보였다.

닛산의 매출(2007년 4~12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어난 7조8346억엔,영업이익은 8.9% 증가한 5791억엔에 달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