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에 우리금융그룹에선 박병원 회장 대신 박해춘 행장이 포함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선 작업은 청와대가 지난달 중순 금융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이뤄진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7∼8명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신한 하나 등 타 금융지주사의 경우 대표성을 지닌 회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유독 우리금융만 회장 대신 행장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에서는 금융위가 추천 단계에서 박 회장을 배제한 이유를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을 내놓고 있다.

먼저 민간인 CEO를 선호하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도 같은 이유로 제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9일 열렸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금융인 간담회에서도 박 회장이 막판에 제외되고 대신 박 행장이 참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사업에 의욕을 보여온 박 행장을 적임자로 정했을 뿐 다른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 행장이 최근 중기 지원을 대폭 늘리고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온 점을 평가받아 수행단에 낙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종 은행으로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 정권 실세들의 관심을 끌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방미는 이 대통령의 첫 공식 순방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수행단에 포함되기 위해 금융사 간 막후 경쟁이 치열했다.

대통령과 연관된 공식 행사에 박 행장이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금융계는 박 행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박 행장이 더욱 왕성하게 대외 활동을 하며 토종 은행의 역할을 부각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이어 20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을 방문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