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순풍이 불며 꽁꽁 얼어붙은 펀드투자자들의 마음도 서서히 녹고 있다. 올초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20~30%가량 손실을 내 펀드수익률 표도 보지 않던 투자자들이 3월 조정장에서 손실폭을 줄이거나 수익을 올리면서 다시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예전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면 다시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 1분기 펀드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은 브릭스펀드 등을 포함해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53%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한 지역에 쏠렸기 때문"이라며 "지난 4년간은 전형적인 강세장이었던 만큼 분산투자 필요성이 적었지만 올해는 글로벌 증시 불안 등의 영향으로 분산투자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보다 여러 지역과 섹터에 분산투자하면서 목표수익률을 연 8~10% 수준으로 낮춰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주목받는 성장형 펀드

해외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펀드 시장이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올 들어 3월까지 늘어난 설정액이 18조273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증가액(32조3908억원)의 60%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국내 주식형펀드다. 재투자분을 제외하면 올 들어 3월까지 순증가액은 5조2000억원으로 해외 주식형(1조6000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이처럼 국내 주식형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증시가 3월 말부터 상승세를 타며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수익률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최근 1주(3월24~28일)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3.34%로 높아졌다. 한 달(3월28일 기준) 수익률도 -1.3%로 손실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이 10.2%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과매도 국면인 세계 주식시장이 하반기부터는 본격 회복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식형펀드 비중을 높이되 경기전망 등에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국내 주식형 위주로 재편하는 게 유리하다"며 "반등장에서 추가 수익을 내온 성장형 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줄이고 선진 금융주 편입해야

해외 펀드의 경우 인기를 모았던 원자재 농산물 등 실물 관련 펀드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미국의 신용위기로 급락한 글로벌 금융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편입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연초 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농산물 펀드와 원자재 펀드에는 3월 한 달 동안 각각 830억원과 65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리츠 펀드에서 같은 기간 871억원 순유출되는 등 대부분 섹터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이미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농산물 펀드는 최근 1개월(3월28일 기준)간 4.64%의 손실을 입었고,원자재 펀드도 5.09%를 까먹었다. 지금 상황에서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뒷북투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최근 상품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져 특히 상품지수 파생형 펀드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품 관련 펀드 중 해당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유형은 수익률 변동성이 비교적 낮지만 상품지수에 투자하는 파생형 펀드는 가격 변동분이 펀드수익률에 곧바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주 펀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주요 금융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주 투자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해외 투자은행들의 실적발표가 4월에도 잇따르기 때문에 실제 실적과 추정치 간 차이로 인해 주가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골고루 분산투자하고,거치식보다는 적립식 형태로 자금을 넣어 수익률 하락 위험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