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받은 주급은 500달러.고향에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임금이었다.
고향집의 아내와 4명의 아이들을 위해 매달 300~400달러씩을 부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위기가 닥쳤다.
달러 약세로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다넬리씨가 매달 보내는 송금으로는 가족의 생계조차 어려워졌다.
다넬리씨는 결국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빈털터리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불경기와 달러 약세 여파로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국을 떠난 이주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젠 미국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로 향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불경기인데다 미 달러화 가치마저 급락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비숙련 노동자도 유럽과 캐나다행을 선호하고 있다.
브라질 고베르나도르 발라다레스시에서 해외 이주 경험이 있는 노동자 200명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8%가 다시 해외로 나갈 생각이 있지만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캐나다를 택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이주를 꺼리는 이유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송금액이 줄어들어서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불과 4년 만에 미달러에 대해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주 노동자가 미국에서 똑같은 금액을 벌어도 가족에게 보낼 수 있는 돈은 반토막이 된 셈이다.
딜립 라사 세계은행 이주ㆍ송금부문 담당책임자는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노동자들은 통화가치가 높은 나라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경향은 의사,간호사,정보기술(IT) 전문가 등 숙련근로자 집단에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에 보내는 송금액 집계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해외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은 작년 말 기준 2400억달러로 전년 대비 8% 늘었지만 미국 이주자가 많은 남미 국가로 보내지는 송금액은 별로 늘지 않았다.
라사 책임자는 "4년전만 해도 중남미 지역으로 송금되는 금액의 90% 이상이 미국으로부터 왔지만 지금은 이 비율이 80%로 감소했다"면서 "이는 에콰도르,볼리비아 출신 이주자들이 유럽 국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