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조사"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4일 오후 2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이 회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로, 1995년 대검 중수부의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로 13년만이며 이번 특검의 수사대상인 에버랜드 사건이 고발된 때부터는 7년10개월만에 처음이다.

특검팀이 `의혹의 정점'인 이 회장을 전격 소환했다는 것은 비자금과 경영권 세습, 정ㆍ관계 로비 등 주요 의혹 분야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각각의 의혹들에 대한 수사결론과 이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일 오후 2시에 이건희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이 사실을 오늘 아침에 삼성측에 통보를 했다"며 "이 회장도 정해진 시간에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특검보는 또 "그동안 수사해 온 자료를 토대로 해서 이 회장을 상대로 의혹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조사 진행 상태에 따라서 재소환할지 여부를 정할 것이며 시간이 모자라면 다시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처리나 구속 여부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고 이 회장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조사를 한 뒤 기존의 수사내용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및 차명주식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탈법적인 경영권 승계, 정ㆍ관계 뇌물제공 등 모든 의혹들과 관련해 그동안 확보한 물증과 수사결과 등을 토대로 이 회장의 의혹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해 계열사 지분이 이재용 전무에게 저가에 인수돼 그룹 지배권이 부당하게 세습됐다는 의혹의 경우, 이번 수사의 핵심사안이라고 보고 이 회장이 그룹 전략기획실을 시켜 지분 거래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추궁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그동안 그룹 2인자인 이학수 부회장을 포함해 그룹 전ㆍ현직 임직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고 의혹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금추적 등을 진행하며 이 회장 조사를 준비해 왔다.

수사진은 이날 오후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이재용 전무에게 저가 발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SDS 사장과 경영기획실장을 불러 조사하고 삼성물산 현명관 전 회장도 출석시켜 에버랜드 사건 관련 의혹 사항들을 점검한다.

각종 사건들을 주도한 곳으로 지목된 그룹 전략기획실의 전용배 상무도 이날 출석해 비자금 및 차명주식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는다.

한편 전날 소환된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은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참고인 자격으로,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서는 홍씨를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며 "홍씨는 사건 당시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었지만 실무자가 아니어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는 과정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 희 이한승 기자 zoo@yna.co.krprayerahn@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