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위기 틈타…유ㆍ무선 전화 동시 연결해 신고할 틈 안줘

가정집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해 몸값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자녀납치' 사기 범죄는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자녀의 안전을 별도로 확인할 틈을 주지 않도록 유ㆍ무선 전화로 동시에 전화해 협박하는 등 수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2일 오전 11시 20분께 서울 은평구 역촌동 A씨 부부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몸값 2천만원을 보내라"며 수화기 옆에서 "살려달라"는 아이의 목소리까지 들려줬다.

범인은 A씨에게 "내가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끊지 말고 주머니에 넣은 채 은행으로 이동해 몸값을 송금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A씨의 부인에게도 집 전화로 통화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들 부부는 불안에 떨며 휴대전화를 연결한 채 은행으로 이동했으나 도중에 만난 순찰차에 "아이가 납치됐다"는 쪽지를 적어 건넸다.

이를 본 경찰이 A씨 부부를 따라가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알아내고 해당 학교에 전화해 아이가 별일 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라고 생각해 도와주려 했지만 처음에는 이들 부부가 너무 놀라고 불안한 상황이어서 경찰과 대화조차 거부하며 은행으로 가려했다"며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자녀의 안전이 걱정돼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일에도 서울 강남의 B씨 집에 비슷한 수법의 '자녀납치' 사기전화가 걸려왔었다.

전화를 건 범인은 다짜고자 "당신 아들을 납치했다.

아들을 바꿔주겠다"고 했고 놀란 B씨가 생각할 틈도 없이 수화기에서는 "아저씨가 요구하는대로 해주라"는 아들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곧바로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은 뒤 휴대전화로도 전화를 걸어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에 받게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이어 "은행 예금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를 대라. 주민등록번호를 대라"는 등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B씨 집에는 놀러온 이웃 주민이 서너명이 함께 있었고 이 중 한 명이 B씨의 아들에게 전화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B씨가 그제야 협박범에게 "우리 아들은 무사한데 납치가 무슨 말이냐"고 말하자 범인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자녀를 걱정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를 틈타 '자녀납치' 전화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이번 범죄유형의 특징은 부모에게 휴대전화와 집전화로 동시에 전화를 걸어 아예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틈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자녀납치' 협박전화가 걸려오면 섣불리 돈을 송금하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침착하게 경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kb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