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현실 한경 논설위원

<참석자>
박효종 서울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유병규 현대경제硏 산업전략본부장


18대 국회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의 선거유세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지만,이렇다 할 정책경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격변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의 미래 청사진은커녕 정책 이슈도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총선과 경제'를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유연성을 높이고 국민의 바람과 시대의 과제를 조화시켜,한국을 '제대로 된 법치국가'로 발전시켜나갈 국회의원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국민윤리학과),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과 안현실 본지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사회(안현실 본지 논설위원)=다른 나라에도 이런 총선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총선 이슈가 아예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책경쟁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공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다 보니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어떤 국회의원 후보가 나오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총선 이슈가 제기될 틈도 없었던 셈입니다.

메니페스토 운동도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이런 국회의원 선거를 왜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안정론과 견제론은 총선 때마다 등장했던 화두입니다.

정책의 색깔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들의 선택을 물어야 하는데 콘텐츠 없이 투표를 강요하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각 당 후보들은 이제부터라도 정책 이슈를 내걸어야 합니다.

적어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경제,대북관계,사회기강,교육 등 4대 이슈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과 해법을 갖고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사회=주요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중진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는 '개혁 공천'을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세대교체에만 치우쳐 경륜있는 정치인들을 대거 탈락시킨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없지 않습니다.

▷박 교수=공천심사 위원들의 철학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입니다.

공천은 철저히 현장의 의견을 존중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지금까지의 국회의원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적절한 물갈이가 불가피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박 교수=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조 중 하나가 법을 많이 만드는 의원을 의정활동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법은 규제와 관련돼 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를 많이 만든 의원들이 일 잘하는 의원으로 둔갑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발의한 법의 양보다 질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조 교수=건물을 지을 때 교통량 영향평가를 하듯이 선거 전에 국회의원들의 입법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사회=대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운하 건설 이슈도 일부 지역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요.

▷조 교수=대운하 건설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투표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국민투표에서 설령 진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 본부장=남북관계 안정의 중요성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인식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다국적 기업의 국내 투자는커녕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우려가 큽니다.

이 문제야말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회=18대 국회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요.

▷박 교수=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빨리 마무리해야 합니다.

일부 단체가 유독 미국에 대해 반감을 부채질하는 것은 정략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입니다.

FTA를 마무리하지 못한 이유였던 쇠고기 문제만 봐도 상대 국가가 미국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강하게 반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 본부장=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규제와 관련된 법안을 서둘러 손질해야 합니다.

국민 경제와 관련이 있는 민생 법안을 챙기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사회=서브 프라임 사태,원자재값 폭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해 있습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조 교수=한국은 고래를 연못에 있게 하고,승자를 벌하는 이상한 사회입니다.

빨리 성공하는 기업과 국민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는 증오가 묻어있었습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국민이 많아야 국가의 힘이 강해지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성장 지상주의는 곤란합니다.

올해는 성장률 4.5% 선에서 만족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 본부장=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물가불안을 감안해 안정 중심의 정책 기조를 펴면 스태그플래이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환율의 흐름을 바꿔놓으려는 시도를 가급적 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급등과 급락의 버퍼 역할 정도에서 만족해야 합니다.

금리도 당장 뒤흔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수 경기가 더 침체되면 금리를 조절해야 하겠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회=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경제성장의 목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3만달러에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조 교수=현 정부가 국민소득 3만달러를 임기 내에 이루는 것은 무리입니다.

오히려 경제 규모면에서 브라질 멕시코 등에 추월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2만달러와 3만달러는 다릅니다.

서비스와 금융 산업의 기반이 형성돼야 하고,가계 자산관리도 부동산 일변도에서 주식 등으로 보다 다양화돼야 하며,창조적인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합니다.

고령화라는 변수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2만달러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 할 수도있습니다.

▷박 교수=외형적인 국민소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동 일부 국가들의 경우 3만달러 이상의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펀더멘털'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힘듭니다.

기본을 다지려면 우선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10%밖에 안 되는데 파업의 강도는 지나치게 강합니다.

법과 원칙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유 본부장=한국은 앞으로 매년 6%씩 최소 10년간 성장해야 3만달러 소득시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라도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성장 잠재력을 2%포인트가량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사회의 생산성도 높여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의 선진적인 의식,국가의 정치.경제 시스템과 같은 사회자본이 형성돼야 합니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