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화·초인화된 붓다를 믿고 의지하는 것은 신앙심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불교에 대한 왜곡과 오해를 불러왔다.

역사적 존재인 붓다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신심을 정립하는 길이다."

1982년부터 서울 역삼동에 강남포교당을 열어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온 성열 스님(63)은 이렇게 지적한다.

붓다를 신격화하면 불교학은 불교신학이 되며 승려는 붓다의 뒤를 잇는 수행자가 아니라 사제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

성열 스님이 새로 펴낸 '고따마 붓다-역사와 설화'(문화문고)는 이런 관점에서 붓다의 생애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생생하게 풀어쓴 전기다.

성열 스님은 이 책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려면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변동기에 있었으며,붓다가 어떤 사람들과 교유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역사와 설화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초기경전과 각종 문헌자료를 토대로 붓다가 태어난 인도의 지리적·경제적·정치적·사회적 환경과 사상계의 변동,샤카(석가)족의 영토와 품성,정치형태,결혼관계 등을 꼼꼼히 짚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성열 스님은 "붓다가 살았던 시기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가 그리스와 마라톤전쟁을 벌였던 때였고,다리우스 1세가 서북인도를 침범했을 때 조로아스터교가 들어왔으므로 붓다도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서교역이 활발하고 정치적 변동이 심한 시대에 살았던 붓다는 국제정세에도 상당히 밝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붓다는 자기가 살던 시대가 안고 있던 온갖 모순과 불합리를 깊이 통찰하고 그것을 일깨우고 개선하려 했던 역사 안의 존재였다"면서 "역사적 존재로서 인간 붓다가 가르친 삶의 방식을 구체적 체험을 통해 자기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4쪽,2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