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제2의 베어스턴스'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신용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미 경기는 상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정책에 대해선 추가 인하 방침을 시사하면서도 종전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태도는 누그러뜨릴 것임을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상ㆍ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상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소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경제가 여전히 소폭 확장 국면에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하강 리스크도 남아있다"며 "신용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주택 및 고용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소비도 추가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재의 미 경기를 진단했다.

그전에 단골로 사용해오던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삭제해 현재의 경기가 녹록지 않음을 인정했다.

현재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론은 견지했다.

그는 "필요한 경제 및 재정 정책(경기부양책)이 이미 상당 부분 실행됐다"며 "이로 인해 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장기적인 성장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함으로써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용위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견지했다.

그는 베어스턴스처럼 몰락하게 되는 투자은행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 "FRB가 추가로 구제해야 할 또 다른 월가 금융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신용위기가 정점을 넘겼다는 FRB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내재돼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신용위기가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동안 빼놓지 않던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표현은 삭제해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다소 완화할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월가에서는 오는 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인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6월 FOMC에서도 추가로 금리인하를 인하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