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업체들이 시름에 잠겨있다. 닭값 하락에 이어 곡물가 상승, 여기에 때아닌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발병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그 한복판에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생산기업 하림이 서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AI가 열에 약해 인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번 사태가 급격한 닭고기 소비감소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AI까지 발병해 하림 등 육계업계와 사육농가 등 직접피해 대상자 뿐만 아니라 닭고기와 관련된 치킨점 등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사육농가와 수직계열화 사업을 통해 본사와 도계장이 위치한 전북 익산시를 중심으로 전북 도내에 닭고기 생산 집적단지를 구축해 왔다.

동양 최대 육가공업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하루 도계량만 30만마리에 이른다. 전국 닭소비량의 30%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하림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65억670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3618억72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7%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이 161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사료 원재료인 국제 곡물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으로 생계 생산원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림은 발빠르게 대응해 러시아 연해주와 동남아시아 지역 등지에 대규모 곡물농장 조성사업을 추진,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노력에 착수했다.

아울러 본사가 위치한 익산 지역에 농업 관련 연수원을 비롯한 휴양문화, 숙박· 상가 등 다양한 이용시설을 갖춘 복합단지 건립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 정부가 적극 지원키로 한 전북도의 식품산업클러스터 육성사업의 아이디어뱅크 역할을 하고 있고, 북한과도 농업교류 협력사업을 꾸진히 진행시켜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들어 하림은 1분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도 새로운 상승모멘텀을 찾기 시작하는 듯했다.

이경민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말부터 닭고기가격 상승률이 사료가격 인상률을 웃돌고 있어 하림의 1분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육계용 사료를 직접 생산해서 자급하기 때문에 닭고기 가격이 상승할 경우 타육계업체보다 실적개선세가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런 시점에 지난해에 이어 고병원성 AI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4일 오후 1시45분 현재 하림 주가는 김제 고병원성 AI발생 영향으로 전날보다 1.44% 내린 206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일 AI의사증세가 최초 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하림이 이번 고병원성 AI라는 높은 파고를 넘고 농업을 식품산업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